
지난 2월 말 이란의 봉쇄 이후 120일 넘게 호르무즈 해협에 발이 묶였던 한국 선박 2척이 처음으로 해협을 빠져나왔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 이후 한국 선박이 통과에 성공한 첫 사례다.
해양수산부는 22일 “호르무즈 해협 내측에 대기 중이던 우리 선사 운용 선박 두 척이 해협을 통과해 정상 항해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선원 안전과 선사 보호를 이유로 선사명·선명 등 구체적인 정보는 공개하지 않았다.
MOU 5조가 연 통로…60일 한시적 면제
이번 통과의 법적 근거는 미·이란 종전 MOU 5조다. 해당 조항은 MOU 서명과 동시에 이란이 60일 동안 통항료 없이 선박들의 호르무즈 해협 통항을 허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란 페르시아만해협청(PGSA)이 통항 신청을 받기 시작하면서 해협에 묶인 선사들도 신청서를 제출했고, 한국 선박 2척이 그 첫 번째 통과 사례가 됐다.
해운정보업체 AXS마린에 따르면 해협 재개방 첫날인 6월 18일 선박 25척이 호르무즈를 통과했다. 이란혁명수비대(IRGC)도 24시간 동안 23척이 허가를 받아 통과했다고 발표했다. 국제해사기구(IMO) 기준으로는 재개방 시점에도 걸프 지역에 500척 이상의 선박이 여전히 머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26척 → 22척…135명 선원은 여전히 해협 안에
한국 선박은 2월 말 봉쇄 당시 26척이 갇혀 있었다. 이후 유조선 1척과 LNG 운반선 1척이 이란 측과 별도 협의를 거쳐 먼저 빠져나왔고, 종전 합의 시점에는 24척이 남아 있었다. 이번에 2척이 추가로 탈출하면서 해협 내 한국 선박은 22척으로 줄었다.
선원 상황은 더욱 복잡하다. 현재 호르무즈 해협 내 한국인 선원은 총 135명으로, 한국 선박 승선 102명과 외국 선박 승선 33명을 합한 수치다. 이번에 탈출한 2척에는 한국인 선원이 승선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운업계에서는 선박의 소유·운영 구조상 외국인 선원 비중이 높고, 용선 계약에 따라 선박 국적과 운영 주체가 분리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한다.
재봉쇄 위협에 후속 협상도 삐걱…불확실성 상존
탈출 소식에도 시장에서는 안도감보다 불안감이 더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란군은 지난 20일 이스라엘의 레바논 남부 공습을 이유로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봉쇄하겠다고 위협한 바 있다. 미·이란 종전 후속 협상도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어, 합의 이행 자체가 유동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