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중국차보다 못하다는 건가요”… 처참히 드러난 민낯에 국산차 ‘이제 어쩌나’

가성비 전기차 돌풍 속 흔들리는 내수 시장
현대·기아 양강 체제, 중견 3사 생존 위기
수출·신차 전략으로 반등 모색

‘가성비 전기차’의 거센 물결이 국내 완성차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테슬라와 중국 BYD가 저가 모델로 내수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며, KG모빌리티·르노코리아·한국GM 등 중견 3사는 설 자리를 잃고 있다.

현대차·기아가 신차와 가격 경쟁력으로 방어선을 구축한 가운데, 중견 3사는 수출 확대와 신차 출시를 통해 돌파구를 찾으려 애쓰고 있다.

테슬라·BYD, ‘가성비’ 무기로 시장 장악

테슬라와 BYD가 주도하는 전기차 시장이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 17일 카이즈유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1~9월 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약 16만 대로, 테슬라가 4만 3637대를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

특히 모델Y는 전년 대비 170% 넘게 늘어난 3만 7000여 대가 팔렸다. 5299만 원(RWD 기준)이라는 가격을 유지한 채 실속형 전략을 펼친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중국 BYD도 빠르게 추격 중이다. 지난 4월 출고를 시작한 이후 9월까지 3018대를 판매했다. 첫 모델 아토3가 1899대 팔리며 시장에 안착했지만, 최근 판매세는 다소 둔화됐다.

그러나 중형 SUV ‘씨라이언7’은 반등의 발판이 되고 있다. 9월 한 달에만 825대가 팔려 수입차 전체 5위, 전기차 부문 2위를 기록했다. 4490만 원의 가격에 보조금까지 적용되면 4000만 원 초반에 구매 가능해 ‘가성비 끝판왕’으로 불린다.

현대차·기아, ‘가성비와 신차 효과’로 맞불

국내 양대 브랜드인 현대차·기아는 가성비와 신차 효과를 동시에 앞세워 수성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차는 아이오닉5, 캐스퍼EV, 아이오닉6, 코나EV 등 주요 모델의 판매량이 일제히 증가했다.

특히 캐스퍼EV는 전년 대비 146% 급증하며 소형 전기차 시장에서 존재감을 높였다. 기아 역시 EV6 판매량이 소폭 증가한 가운데, 신형 EV3가 올해 1만 8000대 이상 팔리며 국산 전기차 판매 1위를 차지했다.

EV4와 아이오닉9 등 후속 신차도 출시되며, 대형 SUV 시장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현대차·기아의 내수 점유율은 9월 기준 92.3%에 달해, 국산차 10대 중 9대 이상이 두 브랜드 차량일 정도다.

갈 곳 잃은 중견 3사…수출이 유일한 탈출구

반면 중견 3사는 내수 부진에 허덕이고 있다. 르노코리아의 세닉 E-Tech는 8~9월 두 달간 83대 판매에 그쳤고, KG모빌리티의 토레스EVX는 전년 대비 3700여 대 줄었다.

한국GM의 이쿼녹스EV는 16대 판매에 머무르며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가성비와 신차 투입 속도를 높이지 않으면 중견 3사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결국 이들의 시선은 해외로 향하고 있다. KG모빌리티는 지난달 6536대를 수출해 올해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110% 이상 증가한 수치로, 유럽 시장에 토레스 하이브리드와 무쏘EV를 잇따라 선보였다.

르노코리아 역시 9월 수출이 전년 대비 25% 늘어 4528대를 기록하며 내수 부진을 일부 상쇄했다. 한국GM은 노조 파업과 미국 관세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연내 ‘슈퍼크루즈’ 도입으로 기술력 회복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기아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상황에서 중견 업체들이 수출과 신기술로 활로를 찾고 있다”며 “결국 시장이 요구하는 건 ‘가성비와 혁신’이라는 점을 외면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