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이 3,500억달러 대미 투자를 약속하며 어렵게 끌어낸 ‘15% 관세 상한’ 합의가 1년도 채 되지 않아 흔들리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글로벌 10% 관세’의 만료를 앞두고, 무역법 301조에 근거한 강제노동 추가관세(10~12.5%)를 후속 체제로 밀어붙이면서다.
통상당국에 따르면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오는 9일 공청회를 거쳐 한국을 포함한 60개 경제권에 부과할 최종 관세율을 확정할 예정이다. 현재 한국은 12.5% 추가관세 부과 대상인 46개 경제권 명단에 포함된 상태다.
글로벌 10% 관세의 법적 근거인 무역법 122조는 부과 가능 기간을 150일로 제한하고 있어, 오는 24일이면 자동 만료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 공백을 301조 기반의 새 관세 체제로 메우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왜 ‘강제노동’ 관세인가…위헌 판결 이후 우회로 찾은 트럼프
올해 2월 연방대법원이 상호관세 권한을 위헌으로 무효화한 이후, 트럼프 행정부는 새로운 관세 법적 근거 마련에 나섰다. 무역법 122조로 10% 임시 관세를 유지하는 동시에, 법적으로 더 견고한 무역법 301조를 통해 장기적 관세 체제를 구축하는 전략으로 선회한 것이다.
이번 강제노동 관세의 핵심은 특정 기업의 위법 행위가 아닌, 각국 정부의 제도적 수준을 기준으로 관세율을 차등 부과한다는 점이다.
강제노동 생산품 수입을 명시적으로 금지하거나 집행이 충분치 않다고 판단된 46개 경제권에는 12.5%, 법제를 갖췄으나 집행이 일부 미흡한 국가에는 10%가 적용된다. USTR이 사실상 국가의 법 집행 역량을 심판하는 구조다.
‘12.5%+α’ 현실화 시 15% 상한 붕괴 우려

문제는 이번 강제노동 관세가 기존 15% 베이스라인 관세 위에 추가로 쌓일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 지난해 대미 관세 협상에서 3,500억달러 규모의 투자 패키지와 1,000억달러 에너지 구매를 약속하고 당초 25%였던 상호관세를 15%로 낮춘 바 있다.
업계에서는 강제노동 관세 12.5%가 현행 15% 위에 중첩 적용될 경우, 일부 한국산 품목의 실질 관세율이 20%를 웃돌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여기에 USTR이 자동차·배터리·철강·조선 등 한국 핵심 산업을 조사 대상으로 지목한 과잉생산 301조 조사 결과까지 더해지면, 관세 부담이 15%를 크게 상회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반면 과잉생산 조사는 현실적으로 7월 24일 이전에 마무리되기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1기 당시 중국 지식재산권 침해 조사에도 11개월이 소요됐던 전례가 있고, 이번 과잉생산 조사는 16개국·수십 개 산업의 데이터를 일일이 검증해야 하는 만큼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다.
정부 “합의한 15% 상한 지켜라”…현실화 가능성은 불투명
한국 정부와 한국무역협회는 USTR에 의견서를 제출하고 “12.5% 추가관세는 근거가 부족하다”며 재고를 요청했다. 부과가 불가피하다면 최소한 10% 그룹으로 분류해달라는 입장도 함께 담았다.
조성대 무역협회 통상연구실장은 “조금 더 낮은 관세가 적용됐으면 하는 기대에서 의견서에 그런 내용을 담았다”면서도 “다만 현실적으로 미국이 이를 수용해 인하해줄 가능성은 그렇게 높아 보이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도 “우리가 하기로 했던 걸 지키는 만큼 미국도 합의된 15% 관세 범위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