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상반기에만 개인정보 유출 신고가 432건 접수됐다. 이미 지난해 연간 신고 건수(447건)에 육박한 수치다. KT·티빙·예스24·GS리테일·넷마블·따릉이까지, 통신부터 공공 서비스까지 국민 생활 전 영역이 뚫렸다. 정부가 마침내 칼을 빼 들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인정보위)는 16일 청와대에 하반기 업무계획을 보고하며 ‘징벌적 과징금·피해구제 통합기금·AI 데이터 특례’를 한꺼번에 손질하는 강력 패키지를 공식화했다.
매출 10% 징벌적 과징금…9월부터 현실이 된다
오는 9월 11일부터 중대·반복 위반 기업에는 전체 매출액의 최대 10%를 과징금으로 부과할 수 있는 징벌적 과징금 특례가 시행된다. 현행 상한인 관련 매출액 3%와 비교하면 제재 강도가 대폭 올라가는 것이다.
발동 조건은 세 가지다. 최근 3년 내 고의 또는 중대 과실로 반복 침해한 경우, 1,000만 명 이상의 개인정보를 유출한 대규모 사고, 시정명령 불이행으로 사고가 발생한 경우다. 실제로 개인정보위는 최근 SK텔레콤에 역대 최고액인 1,348억 원을 포함해 총 1,677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9월 이후 같은 규모의 사고가 반복·중대 위반에 해당할 경우, 이론상 ‘10% 상한’이 적용될 수 있다.
인센티브도 설계됐다. 성실 신고 기업에는 과징금 감경 혜택을 부여하고, 신고하지 않다가 적발되면 과징금을 30% 이상 가중한다. 보안 인력·예산을 선제적으로 투자한 기업은 최대 40% 감경도 가능하다. ‘안 하면 10%, 하면 감경’이라는 구조로 경영진의 의사결정 자체를 바꾸겠다는 의도다.
신고포상금·통합기금…피해자 보상 체계도 전면 개편

그간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서 정작 피해를 입은 국민이 실질적인 보상을 받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개인정보위는 이 구조를 뜯어고친다. 기업의 손해배상 책임 원칙을 명확히 하고, 유출 관련 입증 책임을 기업이 지도록 법정 손해배상 제도를 강화한다.
과징금 수입을 피해 회복에 직접 쓸 수 있도록 기획예산처와 협의해 ‘피해구제 통합기금’도 마련한다. 사고 기업이 자발적으로 시정·피해구제 방안을 제안하면 이를 의결로 확정하는 ‘피해회복형 동의의결제’ 도입도 검토한다. 아울러 개인정보 유출을 알리는 내부고발자에게 포상금을 지급하는 신고포상금 제도도 추진된다. 은폐와 지연 신고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100만 건 이상 유출된 중요 사건에는 전담 조사단을 꾸려 집중 처리하고, 조사에 비협조하거나 증거를 은닉·폐기하는 기업에는 이행강제금과 증거보전명령을 부과하는 법 개정도 함께 추진된다. 다크웹 등에서 유출 개인정보를 유통하는 행위에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 벌금의 형사처벌 규정을 신설하고, 개인정보위가 직접 탐지·삭제·차단에 나설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한다.
AI 원본 데이터 특례·스마트글라스까지…신기술 대응도 본격화
제재 강화 일변도만은 아니다. 공익·사회적 목적의 AI 기술 개발에 한해, 맞춤형 안전조치를 전제로 가명·익명 처리 이전 단계의 개인정보 원본을 AI 학습에 활용할 수 있는 ‘AI 원본활용 특례’를 도입한다. 관련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은 지난 5월 국회 정무위원회를 이미 통과한 상태다.
마이데이터 분야에서는 개인정보 활용으로 발생한 수익 일부를 정보 주체와 공유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돌봄·응급이송 등 사회문제 해결 분야에 마이데이터를 시범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정보주체에게 경제적·사회적 보상을 돌려주는 ‘데이터 배당’ 개념과 맞닿아 있다.
AI·스마트글라스 등 신기술에 대해서는 개인정보의 민감도와 침해 위험도에 따라 안전조치를 차등 적용하는 체계를 마련한다. 이정렬 개인정보위 부위원장은 “스마트글라스를 출시한 주요 기업들과 실무접촉을 하고 자체 연구반을 꾸려, 사업자가 개인정보보호법 체계에서 준수해야 할 사항을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