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를 향한 외국인 자금의 이탈이 심상치 않다. 22일 기준 외국인의 삼성전자 주식 보유율은 47.52%로, 2013년 8월 이후 12년 10개월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말만 해도 52.33%에 달했던 보유율이 반년도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약 5%포인트(p) 가까이 빠져나간 셈이다.
두 달 연속 ‘팔자’…순매도 규모만 28조 원
외국인은 지난달 삼성전자를 16조 원어치 순매도한 데 이어, 이달 들어 22일까지 12조 4,390억 원을 추가로 팔아치웠다. 두 달 합산 순매도 규모는 28조 원을 넘어선다.
같은 반도체 대형주인 SK하이닉스의 이달 순매도 규모(5조 9,090억 원)가 삼성전자의 절반 수준에 그친 점은 대조적이다.
외국인이 이처럼 삼성전자에 집중적인 매도세를 보인 배경으로는 ▲올해 국내 대형 반도체주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 ▲미국 스페이스X 상장을 앞둔 현금 확보 수요 ▲미국·이란 간 후속 협상 난항 ▲미국 금리 인상 우려 등 복합적 요인이 꼽힌다.
SK하이닉스에 코스피 시총 1위 자리까지 내준 삼성전자
외국인 매도 강도의 차이는 주가 수익률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이달 들어 SK하이닉스는 25.1% 상승한 반면, 삼성전자는 11.5%에 그쳐 상승률이 절반에 불과하다. 급기야 전날에는 보통주 시가총액 기준으로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를 제치고 코스피 시총 1위에 올라서기도 했다.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 메모리(HBM)에 집중된 사업 구조 덕분에 AI 반도체 초강세의 직접 수혜를 받는 반면, 삼성전자는 스마트폰·가전·디스플레이 등 광범위한 포트폴리오를 보유해 HBM 호황 효과가 희석되는 측면이 있다.
여기에 SK하이닉스의 올해 하반기 미국 예탁증서(ADR) 상장 기대감까지 주가를 밀어 올리는 분위기다.
마이크론 실적이 ‘분수령’…호재와 리스크 양면
시장의 시선은 한국 시간 25일 새벽 예정된 미국 마이크론의 실적 발표로 쏠리고 있다. 다올투자증권 고영민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주요 고객과의 장기공급계약(LTA)이 마무리 단계로, 경쟁사 대비 높은 범용 제품 가격으로 협상된 것으로 파악된다”며 “HBM4도 2분기부터 일부 출하가 시작된 만큼 하반기 메모리 3사 중 삼성전자가 가장 부각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기대치가 이미 높아진 만큼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BNK투자증권 이민희 연구원은 “마이크론은 에이전트 AI 모델 확산 기대로 반도체 업종 내 주가 상승이 가장 빠른 종목이었던 만큼, 이번 실적 발표는 투자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이벤트”라고 짚었다. 이어 “가이던스가 기대치를 상회할 수 있지만, 높아진 시장 눈높이 이상이 나올지는 미지수”라며 실적 발표 후 단기 주가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경고했다.
한편 외국인의 매도세 속에서도 개인 투자자들은 이달 삼성전자를 10조 3,430억 원, SK하이닉스를 1조 7,020억 원 순매수하며 엇갈린 행보를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