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같은 반도체 대장주인데, 하루에 정반대 방향으로 갈린다면? 6월 2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SK하이닉스가 전일 대비 5.61% 급등한 291만 9천 원에 거래를 마치며 사상 처음으로 ‘290만 닉스’를 달성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장중 반등 후 상승분을 반납하며 전일 대비 0.14% 내린 35만 3천500원으로 마감했다.
장초반 분위기는 부정적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란이 헤즈볼라를 통제하지 않을 경우 강력 공습하겠다고 위협했고, 스위스 협상장을 떠난 이란 협상단 소식까지 전해지며 국내 증시는 하락 출발했다. SK하이닉스도 시초가가 전일 대비 1.30% 내린 272만 8천 원이었다.
그러나 장이 열리자마자 흐름이 바뀌었다. SK하이닉스는 곧 상승 전환해 장중 최고 294만 5천 원(+6.55%)까지 치솟으며 종일 고공행진을 이어갔고, 증권가에서는 ‘300만 닉스’가 눈앞에 왔다는 분석이 잇따랐다.
AI·HBM 쏠림…’실적 레버리지’가 다르다
시장에서는 이날 두 종목의 엇갈린 흐름을 AI 메모리 노출도의 차이로 분석한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 등 주요 AI 반도체 업체에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공급하는 핵심 업체로, AI 서버용 메모리 시장에서의 실적 레버리지가 삼성전자보다 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화투자증권은 최근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기존 163만 원에서 430만 원으로 대폭 상향하고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했다. 이 증권사는 장기 공급계약(LTA)과 고부가 제품 비중 확대로 이익 변동성이 구조적으로 줄어들면서, 과거 감익기마다 저평가받던 밸류에이션이 재평가될 여지가 크다고 진단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외에 파운드리·스마트폰·가전 등 사업이 분산돼 있어, AI 메모리 호황이 실적에 미치는 ‘레버리지’가 상대적으로 완만하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ADR 루머’와 수급 구조…외국인 팔 때 개인·기관이 샀다
이날 급등 배경으로 ‘SK하이닉스의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과 관련한 SEC 심사 결과 발표가 임박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도 거론됐다. SK하이닉스 측은 이에 대해 즉각 “사실무근”이라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그럼에도 당일 수급은 이례적인 구조로 나타났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이 홀로 2조 5천454억 원을 순매도하는 동안, 개인과 기관은 각각 2조 1천217억원과 3천306억원을 순매수했다. 전기·전자 업종에서도 외국인이 2조 794억 원 매도 우위를 보인 반면, 개인은 8천943억 원, 기관은 1조 1천407억 원 매수 우위를 기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이란 강경 발언은 장초반 낙폭의 빌미가 됐지만, 시장 전반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이었다는 평가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이란은 동결된 자금 반환이 필요하고, 트럼프 행정부도 어렵게 확보한 합의를 중간선거까지 유지하고 싶은 인센티브가 있다”며 협상 재개 가능성을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