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들은 집 못 삽니다”… 정부가 콕 집어 노린 ‘진짜 타겟’

6억 초과 주담대 제한… “부채 줄이고 실수요 중심 시장으로”
고소득층 겨냥했지만 실수요자 체감은 다양
“가격 안정 기대” vs “서울 진입 더 어려워져”

정부가 지난 28일부터 시행한 새 주택담보대출 규제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부동산 시장이 조용히 숨을 고르고 있다.

이번 조치는 과도한 부채를 줄이고 투기성 수요를 억제해 시장을 실수요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취지다.

정책의 핵심은 대출 금액 상한선의 일괄 적용이다. 지역과 가격,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누구나 주담대는 최대 6억원까지만 받을 수 있다.

정부는 “대부분의 대출자들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시장에서는 “실수요자 입장에선 서울 집값에 접근하기 더 어려워졌다”는 반응도 나온다.

정책 의도와 현실의 간극 속에서 시장은 방향을 다시 점검하는 분위기다.

정부 “과잉 레버리지 줄이고 부채 안정화 기대”

금융위원회는 이번 대책의 배경에 대해 “최근 가계부채 증가세가 다시 빨라지고 있다”며 “이 흐름을 조기에 차단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라고 밝혔다.

특히 상위 10%의 고소득층이 과도한 레버리지를 활용해 고가 주택을 매입하는 행태가 집값 상승을 부추겼다는 분석에 따라, 이들에 대한 대출 억제를 중심으로 정책을 설계했다는 설명이다.

신진창 금융정책국장은 “월 300만 원이 넘는 원리금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은 한정돼 있다”며 “이번 조치는 감당 가능한 선에서 대출을 받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책 대상이 사실상 고가 주택 구매층임을 분명히 한 셈이다.

실수요자에겐 ‘조정기’… 서울은 여전히 높은 진입 장벽

다만 시장에서는 “대출 한도가 일괄 적용되다 보니, 실수요자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현재 서울의 평균 아파트 가격은 약 14억 6000만 원에 달한다. 여기에 LTV 50~70%를 적용하더라도, 이제는 최대 6억까지만 빌릴 수 있어 최소 8억 이상의 자기 자금이 필요하다.

특히 결혼이나 출산을 앞두고 내 집 마련을 준비하던 신혼부부나 2030 세대에겐 심리적 부담이 커졌다는 의견도 있다.
마포구 한 공인중개사는 “중산층 실수요자 중에서도 이제는 자금 계획을 다시 짜야 한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며 “시장 적응까지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일부에선 “투자 수요가 빠지면서 가격이 안정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경기도 광명시의 한 매수 대기자는 “대출을 줄여서라도 가격이 내려가면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신용 불균형 해소 vs 과도한 기준 논란도

일각에서는 ‘왜 하필 6억 원이냐’는 기준 설정에 의문을 제기한다.

정부는 “여러 요소를 종합해 판단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지역별·소득별 차이를 반영하지 못한 단일 기준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한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정책의 방향은 이해하지만, 맞춤형 접근이 아니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있다”며 “향후 보완책이 함께 나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정부도 생애최초 구매자나 신혼부부를 위한 정책자금 대출은 유지하면서, 자금 여건에 맞춘 보완 방안도 계속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다.

시장은 ‘일단 멈춤’…거래량 감소 속 방향 탐색

서울 주요 지역에서는 대출 제한 이후 매수 문의가 다소 줄어든 분위기다. 중개업소들은 “정책 반영 후, 한동안 시장이 방향성을 고민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반면, 비서울권 지역에선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가격대 덕분에 큰 변동은 없다”는 의견도 있다.

정부는 이번 조치로 부동산 시장의 체질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부채에 기반한 무리한 매수보다는, 소득과 자산에 맞는 주택 구매를 유도하겠다는 방향이다.

금융당국은 “시장 반응을 면밀히 모니터링해 필요한 경우 추가 조치나 보완책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