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 수백만 원의 소득이 있어도 최대 34만9700원의 기초연금을 똑같이 받는 현실. 이 불합리한 구조를 바꾸기 위한 기초연금 개편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노인 빈곤 완화를 위해 도입된 제도가 중산층 어르신에게까지 동일하게 적용되면서 재정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중산층도 받는 기초연금…제도 취지 무색
기초연금은 2014년 노인 빈곤 완화를 목적으로 도입됐다. 현재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 하위 70%에게 월 최대 34만9700원을 지급한다. 문제는 수급 기준이 지나치게 넓다는 점이다.
홀몸 노인은 월 468만 원까지, 부부 합산으로는 796만 원까지 근로소득이 있어도 공제 혜택을 통해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다.
월 200만 원대 소득자도 34만 원을 받는 구조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월 20일 “2백몇십만 원 월 소득이 있는 사람도 34만 원을 받는 거잖아요. 그거 좀 이상한 거 같아요”라며 하후상박(下厚上薄) 방식의 개편 필요성을 직접 제기했다.

부부 감액 제도, 오히려 생계 위협…단계적 완화 추진
정부가 우선 손대는 부분은 부부 감액 제도다. 현행 제도는 노인 부부가 모두 기초연금을 받을 경우 각각 20%를 감액한다.
그러나 독거노인보다 생활비가 더 많이 드는 노부부의 연금을 오히려 줄이는 것이 생계를 위협한다는 비판이 지속돼 왔다. 심지어 감액을 피하기 위한 위장이혼 사례까지 발생하는 부작용도 나타났다.
이에 정부는 소득 하위 40% 노인 부부를 대상으로 감액률을 내년(2027년) 15%, 2030년에는 10%까지 단계적으로 낮추기로 했다.
이 경우 소득 하위 40% 부부는 월 약 3만4970원을 추가로 수령하게 될 전망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더 급진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2026년 10%, 2027년 5%, 2028년 전면 폐지하는 단계적 완화안이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18일 “저소득층을 두텁게 보장해야 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차등 지급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30조 원 눈앞…재정 지속 가능성이 관건

개편 논의의 최대 걸림돌은 재정이다. 기초연금 예산은 12년 만에 4배 가까이 급증했고, 2년 뒤에는 30조 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부부 감액 제도를 단계적으로 폐지하면 2030년까지 16조7000억 원의 추가 재정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보다 근본적인 해법으로 수급 기준 자체를 중위소득 100%에서 50%로 조정하면 2070년까지 오히려 20조 원의 지출 감소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정부는 국회 연금개혁 특별위원회 논의를 토대로 실행 계획을 마련할 방침이지만, 국회와의 정책 조율 과정이 아직 남아 있다.
기초연금 개편은 노인 빈곤 완화라는 본래 취지를 되살리면서도 초고령화 시대의 재정 지속 가능성을 동시에 확보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부부 감액 완화를 시작으로 차등 지급 방식까지 논의가 확대되고 있는 만큼, 속도감 있는 구조 개편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