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론 금리, 역대 최고 수준 근접
대출 쉬운 만큼 더 위험한 부채

“아무도 도와주지 않으니 결국 여기밖에 갈 곳이 없네요.”
서민들의 마지막 대출 수단인 ‘카드론’마저 서민의 발목을 죄고 있다. 금리는 오르고, 대출 문턱은 높아지고, 연체율까지 10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전문가들조차 “이제는 정말 위험한 수준”이라며 우려를 감추지 않는다.
카드론 금리, 레고랜드 사태 이후 최고 수준

서민 대출의 상징인 카드론 금리가 최근 다시 한 번 치솟았다.
여신금융협회가 20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3월 기준 9개 주요 카드사(롯데·BC·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NH농협)의 카드론 평균 금리는 연 14.83%를 기록했다.
이는 2022년 ‘레고랜드 사태’ 당시 수준인 14.84%에 거의 근접한 수치다.
특히 이자 부담은 저신용자에게 가혹하게 다가온다. 고신용자(신용점수 900점 초과)의 카드론 금리는 1년 전과 같은 수준인 반면, 700점 이하 저신용자의 금리는 오히려 올라 연 17.66%에 달했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조달금리는 내려갔지만 연체율이 높아지며 대손비용이 늘었다”며 “금리가 쉽게 떨어지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 역시 카드론 금리 인하를 어렵게 만드는 원인 중 하나다.
빚 내서 빚 갚는 서민들… 위험한 순환

카드론은 별다른 심사 없이도 돈을 빌릴 수 있어, ‘불황형 대출’이라 불린다. 실제로 잔액은 최근까지도 꾸준히 증가 추세였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2월 카드론 잔액은 42조 9888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1월보다 2579억 원 늘어난 규모다.
대출을 받기 위해 또 다른 대출을 이용하는 대환대출 규모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1월 말 대비 2월 말에는 700억 원 가까이 늘어난 1조 6844억 원에 달했다.
현금서비스, 리볼빙 잔액도 증가하면서 전반적인 채무 의존도가 커지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고물가와 생계비 부담으로 서민층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카드론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우려했다.
카드사들 “우리도 버겁다”… 늘어나는 연체율과 수익 압박

카드사들 역시 수익성과 리스크 사이에서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4년 여신전문회사 영업실적(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카드사 순이익은 전년 대비 0.3% 증가한 2조 5910억 원에 그쳤다.
수익은 늘었지만 이자와 대손비용 상승이 발목을 잡았다.
연체율은 이미 10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카드대금, 카드론, 신용대출 등 전반적인 연체율은 지난해 말 기준 1.65%로 2014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특히 카드대출 연체율은 3.38%에 달하며 고위험군 대출자의 상환능력에 경고등이 켜졌다.
카드사 관계자들은 금리를 낮추지 못하는 현실적 이유에 대해 “당국의 대출 총량 규제를 맞추려면 금리 조정 외엔 방법이 없다”고 말한다.
조달금리는 내려갔지만 대손비용과 리스크 관리는 갈수록 무거운 짐이 되고 있다.
‘최후의 보루’까지 무너지면 어디로 가야 하나

카드론 문제는 단순한 금리 인상에만 그치지 않으며, 구조적인 한계가 더 큰 문제로 지적된다.
카드론 이용자 중 절반 이상은 세 곳 이상의 금융사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 채무자다.
카드론 문턱이 높아질 경우, 이들이 제도권 금융을 이용하지 못하고 불법 사금융 등 위험한 선택지로 내몰릴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들은 “소득은 제자리인데 금리만 오르니, 조금만 변수 생겨도 감당이 어렵다”며 “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금융 안전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카드론이 더 이상 서민의 ‘마지막 보루’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와 금융당국의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