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포기하는 서민들 “이유 있었다” .. 주거 시장의 ‘구조적 변화’ 시작됐나

전세 사기·고금리 공포에
월세로 몰리는 세입자들
‘살기만 하는’ 시대 성큼
전세
사진 = 연합뉴스
올해 1~2월, 서울 아파트 월세 거래가 전세 거래 건수를 넘어서면서, 최근 주거 시장을 둘러싼 소비자들의 “전세가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인식 변화가 숫자로 확인되었다.

고금리 장기화와 연이은 전세 사기 사건이 겹치며 위험을 감수하기보다 매달 비용을 내는 월세가 더 합리적이라는 판단이 확산된 것이다.

실제로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2025년 1~2월 동안 서울 아파트 월세 거래는 1만 6570건으로 전세 거래 1만 5865건을 웃돌았다.

월세 거래 비중은 전체 임대차 중 51.1%로 과반을 돌파했고, 전국적으로는 월세 비중이 61.4%에 이르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고금리와 전세 사기, 불안이 만든 변화

전세
사진 = 뉴스1

전세를 포기한 이들의 공통된 배경은 ‘불안’이다. 최근 몇 년간 전국 곳곳에서 발생한 전세 사기 사건은 “보증금을 떼일 수도 있다”는 공포를 심었다.

더불어, 2023년 5월부터 전세보증금이 집값(매매가)의 90%를 초과하는 경우에는 보증보험 가입이 불가능해져, 고전세의 경우 보증 사각지대가 생겼다. 이에 따라 일부 세입자는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못해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금리 문제 또한 크다. 2025년 기준 시중은행 전세자금대출 금리는 대체로 연 3.5~5.0%로, 일반적으로 대출 이자 부담이 크게 늘면서 세입자들은 더 이상 ‘대출 끼고 전세’가 이득이라는 판단을 하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은 수도권뿐만 아니라 지방에도 영향을 미쳤으며, 지방의 월세 비중은 63.5%로 수도권보다도 더 빠르게 전세를 밀어내고 있다.

강남권은 초고액 월세도 활발

전세
사진 = 뉴스1

서울 강남권은 이 같은 변화의 진원지다. 송파구와 강남구, 서초구를 포함한 강남 3구는 월세 거래가 특히 활발했으며, 고급 아파트를 중심으로는 월 500만 원이 넘는 계약도 줄지어 등장했다.

2025년 3월 기준, 서울 전체에서 월세 500만 원 이상 계약은 297건에 달했다. 예컨대 한남동 나인원한남 아파트는 보증금 15억 원, 월세 2500만 원이라는 초고액 계약이 체결됐고, 성수동 트리마제에서는 69㎡ 아파트가 보증금 5억 원, 월세 1000만 원에 거래됐다.

이러한 트렌드는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살기만 하는’ 문화로 이어지고 있다. 집을 여러 채 보유한 이들이 보유세 부담을 피하면서도 최고급 주거지를 누리기 위해, 자신은 월세로 전환해 거주하는 방식이다.

전세의 몰락, 새로운 주거문화의 시작?

전세
사진 = 뉴스1

전세는 오랫동안 ‘내 집 마련 전 단계’로 여겨졌다. 그러나 현재는 고금리와 사기 리스크, 세제 혜택의 부재 속에서, 현실적으로 선택하기 어려운 수단이 되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인 흐름의 시작이다”며 입을 모은다.

특히 신축 아파트 공급이 줄어드는 가운데, 주거 수요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어 월세 선호 현상은 더욱 뚜렷해질 전망이다. 실제로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올해 3만 7681가구에서 내년엔 9640가구로 74% 급감할 예정이다.

이제 전세는 ‘선택지’에서 ‘위험한 옵션’으로, 월세는 ‘임시방편’에서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주거 문화의 큰 지각변동이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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