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더라도 여행은 가야겠다”
경기 불황 속에도 놀라운 수치

불황 속에서도 인천국제공항은 지난해 역대 최고의 여객 실적을 기록하며 여행 수요의 폭발적 증가를 입증했다.
“여행만큼은 포기할 수 없다.” 고물가와 고금리로 서민들의 지갑이 얇아졌지만, 여행은 오히려 더 활발해졌다. 이른바 ‘리빙포어(Living poor) 트래블리치(Travel rich)’가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자리잡은 것이다.
개항 이래 최고 기록

인천국제공항은 지난해 국제선 여객 실적에서 개항 이래 최고 기록을 달성했다. 무려 7,066만 9,246명이 인천공항을 통해 해외로 나갔다.
이는 코로나19 이전 최고 기록이었던 2019년의 7,057만 8,050명보다 0.1% 늘어난 수치로, 특히 2023년과 비교하면 26.7%나 급증했다.
여행 열풍의 중심에는 일본과 동남아가 있었다. 지역별 이용객 비중을 살펴보면 동남아가 29.8%로 가장 높았고, 일본이 25.1%로 그 뒤를 이었다.
특히 엔저 현상으로 일본 여행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중국도 제로 코로나 정책 해제 이후 점차 회복세를 보이며 2019년 대비 74.2%까지 회복됐다.
크게 늘어난 항공편

항공편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국제선 운항 횟수는 40만 8,726회를 기록하며 2019년보다 2.5% 증가했다. 여객기 운항이 코로나19 이전의 98.4% 수준으로 돌아온 데다, 화물기 운항도 44.3% 늘어난 덕분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환승객의 증가다. 지난해 823만 4,722명의 환승객이 인천공항을 이용했는데, 이는 2023년보다 14.3% 늘어난 수치로, 미국과 중국 간의 갈등으로 직항편이 줄어들면서 양국 간 이동하는 승객들이 인천공항을 경유지로 선택한 것이다.

화물 운송도 호조를 보이며, 전자상거래 성장과 수출 증가에 힘입어 국제선 화물 실적이 294만 6,898톤을 기록했다. 이는 2023년과 비교해 7.4% 증가한 수준으로 특히, 미·중 갈등의 여파로 중국발 미주행 환적화물이 크게 늘어난 것이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됐다.
인천국제공항 관계자는 “올해는 국제선 여객이 약 7,303만 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연간 1억 명 이상이 이용할 수 있는 최상의 공항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항공업계 전문가들은 이러한 여행 열풍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사람들은 다른 소비를 줄이더라도 여행만큼은 포기하지 않으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이러한 트렌드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