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모은 집 한 채가 이제는 짐이 됐어요” … 안락한 노후 꿈꾼 고령층 ‘피눈물’ 흘리는 이유

종부세 절반, 60대 이상이 냈다
부동산 자산 집중이 만든 세금 불균형
은퇴 세대 중심으로 굳어지는 조세 구조

지난해 종합부동산세 절반 이상을 60세 이상 고령층이 부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퇴 세대의 자산이 부동산에 집중된 구조 속에서 종부세가 ‘노년층 세금’으로 굳어지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이 12일 국세청 자료를 공개한 결과, 2024년 개인 종부세 납부자 46만3906명 중 60세 이상은 24만1363명으로 전체의 52%를 차지했다.

이들이 낸 세액은 6244억 원으로, 전체 세액의 57%에 달했다. 고령층의 부담이 가파르게 늘어나는 가운데, 젊은 세대와의 격차도 점점 벌어지고 있다.

고령층이 낸 세금, 4년 새 8%p 증가

2020년 49.1%였던 60세 이상 납부 비중은 2023년 56.9%로 뛰었다. 불과 4년 만에 7.9%포인트 오른 셈이다. 같은 기간 50대의 종부세 비중은 27%에서 24.6%로 줄었고, 40대 역시 16.9%에서 12.3%로 감소했다.

세대 간 자산 구조의 차이가 그대로 세금 부담으로 이어진 모습이다.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다시 오르면서
올해 12월 부과될 고령층의 종부세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세금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은퇴 세대의 부동산 매각도 빠르게 늘고 있다.

“집 팔아 세금 내는 시대”…노년층 매도 급증

법원 등기정보광장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서 부동산을 판 60세 이상 매도인은 6만8884명에 달했다. 2022년(5만9706명)보다 약 15%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30·40세대의 부동산 매수 건수는 33% 늘었다. ‘집을 팔고 떠나는 노년층’과 ‘기회를 잡는 젊은층’의 흐름이 교차하는 지점이다.

하나금융연구소는 보고서에서 “65세 이상 가구의 자산 중 85%가 부동산 등 실물자산에 묶여 있다”며 “가용 현금이 부족한 구조 속에서 세금이 커지면 생활비 부담이 심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제도 근본적 재검토 필요”

박성훈 의원은 “2005년 고가 주택과 다주택자를 겨냥해 만들어진 종부세가 이제는 은퇴자와 노년층에게 무겁게 작용하고 있다”며 “종부세 존치 여부를 포함해 제도 전반을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세제의 공평성과 노년층의 생활 안정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지가 향후 조세정책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