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잘못 골랐다가 이게 뭐야”… 전재산 홀라당 날린 어르신들, ‘이것만 알았어도’ 통곡

“은행이 다 똑같은 줄 알았지”
전재산 털린 후 깨달은 진실
은행 선택, 이제는 생존 문제

고령층을 중심으로 보이스피싱 피해가 반복되는 가운데, 은행마다 범죄 대응 수준에 뚜렷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피해자는 보이스피싱 범죄를 직접 겪은 뒤에야 자신이 이용하던 은행의 대응력에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후회를 금치 못했다.

최근 몇 년 사이 고도화된 금융사기 수법에 대응하기 위해 일부 은행들은 전담 인력과 시스템을 강화했지만, 그렇지 못한 금융기관에서는 여전히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

‘수협’, 지역 밀착형 예방 체계로 선도

보이스피싱 범죄가 증가하면서 수협중앙회는 상호금융권 최초로 전국 각 회원조합에 전담 인력을 배치했다.

수협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 전담 인력이 총 11건의 보이스피싱 시도를 조기에 감지해 약 5억 5000만 원의 고객 자산을 보호했다.

전담 인력은 어촌 지역 고령층 등 금융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예방 교육과 홍보도 병행하고 있다.

수협은 여기에 더해 비대면 본인인증 시스템 고도화, 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FDS) 강화 등 디지털 기반 대응 체계도 지속적으로 보완하고 있다.

노동진 수협중앙회장은 “현장 대응 중심의 시스템이 실질적인 피해 예방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앞으로도 고객 자산 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눈썰미’가 살린 돈… 직원의 빠른 판단

실제로 SH수협은행 DMC금융센터의 정승희 팀장은 지난달, 한 60대 고객이 통화 중 고액 송금을 요청하자 이를 보이스피싱으로 의심했다.

정 팀장은 매뉴얼에 따라 송금을 지연시키고 즉시 경찰에 신고했으며, 결과적으로 고객의 자산은 보호됐다. 해당 고객은 금융감독원을 사칭한 범죄조직에 속아 전 재산을 이체할 뻔했던 상황이었다.

서울 서부경찰서는 정 팀장의 대응에 감사장을 수여했다. 정 팀장은 “고객의 자산을 지킨다는 책임감을 갖고 대응했다”고 말했다.

보이스피싱 대응, 은행마다 ‘극과 극’

시중은행들도 대응 체계를 점차 강화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전국 652개 영업점에 보이스피싱 안심지킴이 전담창구를 설치했고, 우리은행은 금융사기예방 전담부서를 신설해 대응을 전담하고 있다.

KB국민·하나·NH농협은행은 이상거래 모니터링 전담 인력을 두고 있으며, 최근 대응 인력을 확대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모든 시중은행에 대응 전담부서 또는 전문인력 배치를 의무화하고 있으며, 은행들은 경찰 등 유관기관과 협력 체계를 확대하는 중이다.

은행별로 보이스피싱 대응 수준이 다른 만큼, 금융소비자들은 사전에 자신이 거래하는 은행의 대응 체계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금융소비자포털, 은행연합회 등의 공식 채널을 통해 각 은행의 보이스피싱 대응 조직 유무, 전담 인력 수, 피해 대응 프로세스 등을 확인하는 것이 예방에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