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건비보다 비싼 수수료
배달앱 횡포에 자영업자들만 피눈물

서울에서 프랜차이즈 치킨 매장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A씨는 최근 비용 부담이 급증하면서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배달앱 수수료는 물론 광고비까지 빠르게 늘고 있지만, 정부나 지자체의 정책 지원은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최근 대형 프랜차이즈와 배달 플랫폼 간 협약이 잇따르고 있지만, 실상은 경쟁 플랫폼 배제를 조건으로 한 수수료 인하 등 특정 기업에만 혜택이 돌아가는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소규모 자영업자는 이런 변화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플랫폼 없이는 장사도 어렵다

서울시가 6월 26일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프랜차이즈 가맹점 매출의 48.8%가 배달앱에서 발생하고 있었다. 매장 방문은 43.3%, 모바일 상품권은 7.9%로 나타나, 배달 플랫폼 의존도가 절반을 넘었다.
문제는 작년 10월 기준 배달앱 수익 중 24%가 수수료로 빠져나갔다는 점인데, 이는 1년 전보다 무려 6.9%포인트 오른 수치다.
수수료는 배달료(39.2%), 중개수수료(30.8%), 광고수수료(19.7%)로 나뉘며, 상위 노출을 위한 광고 경쟁은 점주들에겐 큰 부담으로 돌아온다.
특히 가장 심각한 치킨 업종은 수수료가 인건비보다 높은 17.5%를 차지했다. 평균 영업이익률도 6.5%로 커피(9.5%), 햄버거(9.4%) 등 다른 업종에 비해 크게 낮았다.
서울시는 “영세 자영업자들이 플랫폼에 예속되고 있다”며, 현실 기반의 수수료 모니터링 지표인 ‘상생지수’ 도입을 예고했다.
보여주기식 정책, 정작 소상공인은 빠졌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배달의민족이 내놓은 ‘1만원 이하 주문 중개수수료 면제’ 정책이 나왔다. 하지만 소비자단체는 냉소적이다.
소비자공익네트워크는 6월 24일 발표한 자료에서 “대다수 음식점의 최소 주문 금액이 1만원 이상이라 수수료 면제를 적용받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실제 조사에서 배달앱들의 평균 최소 주문 금액은 1만 4천원대로 나타났다. 커피·디저트 업종을 제외하곤 대부분이 기준을 초과하고 있었다.
한 업주는 “소액 주문 자체가 거의 없어 체감할 수 없는 혜택”이라며, 정책이 현실과 동떨어졌다고 꼬집었다.
소비자단체는 이벤트성 조치보다는 실질적인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며 정책 설계 과정에서 업주와 소비자의 의견을 반영하는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대기업만 챙긴 ‘맞춤형 감세’

배달앱 업계 1위인 ‘배달의민족’과 대형 프랜차이즈 ‘교촌치킨’ 간의 협약도 논란이 컸다. 배민에서 수수료 인하 혜택을 받는 대신, 교촌은 경쟁사인 쿠팡이츠에서 철수하기로 했다.
표면적으로는 상호 간의 이익을 위한 조치로 보이지만, 업계는 이를 ‘신독점 전략’이라 보고 있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자율 계약이라 해도, 경쟁사를 배제하는 조건이 포함되면 시장 왜곡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협약이 대기업 프랜차이즈에만 혜택을 몰아주는 동시에, 다른 입점 업체들에겐 역차별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수수료 인하로 인한 플랫폼의 수익 손실을 소규모 점주에게 전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이번 협약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 특히 ‘최혜대우 조항’과 유사한 요소가 포함돼 있을 경우, 시장지배력 남용 소지가 있는지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소상공인은 여전히 맨몸”

서울시는 플랫폼과 가맹점 간 수수료 분담 구조를 개선하고, 투명한 거래 관행을 유도하기 위한 정책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본사가 점주와 수수료를 절반씩 나누는 경우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이나, 모바일 상품권 수수료 체계 개편도 검토 대상이다.
그러나 자영업자들의 체감은 여전히 낮아, 현실적인 대안 마련이 촉구된다.
플랫폼 중심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소상공인의 생존 여건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영업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 효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