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청년이 캄보디아에 왜 가나 했더니” … 아찔한 현실 드러나자 온 국민 ‘아연실색’

빚에 짓눌린 청년, 캄보디아까지 떠밀리다
20대 연체율 ‘최고치’…불법 금융까지 손 뻗는 현실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말에 캄보디아로 떠난 20대 청년이 결국 감금과 폭행의 나락에 빠졌다. 그는 빚을 갚기 위해 떠났고, 그 길 끝에는 생존을 건 탈출뿐이었다. 최근 이런 비극의 이면에는 한국 청년층의 심각한 경제난이 자리하고 있다.

은행 대출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20대가 늘어나고, 일부는 해외 불법 취업에 뛰어들며 범죄 조직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

전 세대 중 20대의 대출 연체율이 가장 높은 통계는 이를 냉정히 보여준다. ‘청춘’이라는 단어가 더 이상 희망이 아닌 빚과 불안의 대명사가 된 현실이다.

캄보디아로 향한 절박한 청춘들

지난 2일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의 한 호텔에서 감금돼 있던 한국인 청년 두 명이 극적으로 구조됐다. A 씨는 ‘IT 관련 고수익 일자리’를 제안받고 비행기에 올랐다.

한 달 최대 15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말에 혹했지만, 그가 도착한 곳은 공무원을 사칭해 보이스피싱을 시키는 범죄 단지였다. 거부 의사를 밝히자 전기충격기로 위협이 이어졌고, 결국 160일 가까이 감금과 폭행 속에 지냈다.

그는 “매출 10억원을 달성해야 돌려보내 주겠다는 협박까지 있었다”고 털어놨다. 구조된 뒤에도 그는 “아직도 많은 한국인 청년이 같은 상황에 놓여 있다”며 절망적인 목소리를 남겼다.

외교부에 따르면 올해 1~8월 사이, 캄보디아에서 취업 사기와 감금 피해를 신고한 한국인은 330명에 달했다.

빚의 수렁에 빠진 20대, 연체율 ‘1위’

17일 공개된 5대 시중은행의 ‘연령별 가계대출 현황’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20대의 가계대출 잔액은 34조5660억원이었다.

금액 규모는 적지만, 문제는 부실률이다. 20대의 대출 연체율은 0.41%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1년 전보다도 상승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물가와 전월세 보증금이 오르면서 젊은 층의 대출 규모가 빠르게 커졌다”며 “상환 능력을 넘어서 빚이 쌓이고 있다”고 말했다.

신용대출 연체율도 심각하다. A 은행의 7월 기준 자료를 보면, 20대 이하의 신용대출 연체율은 0.80%로 30대와 40대의 두 배를 웃돌았다.

불법 사금융으로 몰리는 ‘한계 청년’

제도권 금융에서 밀려난 20~30대는 이제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고 있다. 서민금융원이 지난해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저신용자 중 20~30대의 10%가 “불법 사금융을 이용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2022년 7.5%에서 2023년 9.8%로 계속 상승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이강일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서도 20대 신용유의자는 2년 새 25% 이상 증가했다. 반면 전체 신용유의자 증가는 8%에 불과했다.

한 한국은행 관계자는 “청년층의 소득 기반이 약해 대출 상환이 어려운 구조”라며 “2020년 이후 취급된 대출의 연체율이 더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청년층의 부채 문제는 일자리와 소득의 불안정에서 비롯된다”며 “경제·금융 교육 확대와 맞춤형 재무 상담 지원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