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가 못 지키면 직접 나선다” .. 민간 자경단 등장 소식에 우려하던 상황 ‘결국’ 터졌다

해외서 불붙은 ‘보이스피싱 납치’ 공포
경찰보다 빠른 민간 추적단의 등장

최근 온라인상에서는 스스로 범죄자를 추적하는 민간 자경단 채널이 등장해 주목받고 있다. 캄보디아에서 한국인들을 상대로 한 취업 사기와 납치 사건이 잇따르면서, 공권력의 느린 대응에 분노한 시민들이 직접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해외 불법 조직의 흔적을 추적하며 피해자 구조를 돕는다고 주장하지만, 무분별한 추적과 정보 노출의 위험성도 커지고 있다.

캄보디아서 잇따른 한국인 납치·감금

최근 캄보디아에서는 취업을 미끼로 한 납치와 감금 사건이 연이어 발생했다. 일부 피해자는 감금 끝에 숨진 채 발견돼 충격을 줬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1일 외교부에 “우리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총력을 다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외교부가 캄보디아 정부와 협력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며 “이 대통령은 이미 여러 차례 현지 상황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했다”고 전했다.

외교부는 즉각 대응에 나서며, 캄보디아 일부 지역의 여행경보를 ‘특별여행주의보’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사실상 ‘즉시 귀국’을 권고하는 최고 단계 경보다.

“정부 대응 늦었다”…정치권 비판 거세

정치권에서는 정부의 대응이 뒤늦은 조치에 불과했다는 비판이 이어지기도 했다.

국민의힘 조용술 대변인은 12일 논평을 통해 “대통령이 사건이 알려진 뒤에야 대응을 지시했다”며 “국민이 위험에 빠진 뒤 움직이는 늑장 대응은 불안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이충형 대변인 역시 “피해자 가족이 대사관과 현지 경찰에 신고했지만 아무런 실질적 조치가 없었다”며 “한국인 비상사태에 즉각 대응할 협력 체계를 만들지 않은 결과”라고 비판했다.

공권력의 빈틈, ‘자경단 채널’이 메운다

정부의 대응이 지연되는 사이, 온라인에는 ‘보이스피싱 추적단’, ‘해외구출 자경단’ 등 민간 주도의 추적 채널이 속속 생겨났다.

이들은 텔레그램과 유튜브를 중심으로 활동하며, 피해자 제보를 받아 불법 조직의 위치를 특정하거나 현지 네트워크를 통해 구조를 시도한다고 주장한다.

한 채널 운영자는 “경찰보다 빨리 움직이지 않으면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긴다”며 “피해자 가족들과 함께 움직이는 게 우리의 사명”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공식 절차를 거치지 않은 민간 추적은 오히려 수사에 혼선을 줄 수 있다”며 신중한 접근을 당부했다.

캄보디아 내 한국인 대상 범죄가 반복되는 이유로는 현지 사법기관의 부패와 느린 대응, 그리고 한국 정부의 제한된 개입 범위가 지적된다.

전문가들은 “인터폴 및 현지 사법당국과의 긴밀한 공조, 경찰 인력의 직접 파견이 필요하다”며 “민간 자경단이 아닌 국가 차원의 체계적 대응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