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들어 서울에서 집합건물을 매수한 사람 10명 중 약 5명이 생애 처음으로 부동산을 장만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 규제 강화 속에서도 생애 최초 구입자에게만 유리한 조건이 집중되면서,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0년 이후 역대 최대 비중을 기록했다.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2026년 1~5월 서울 집합건물 전체 매매 등기 72,025건 중 생애 최초 매수자의 등기는 32,843건으로 45.6%를 차지했다. 전년 동기(36.5%)보다 9.1%포인트 급등한 수치다.
월별로는 1월 42.1%를 시작으로 4월에는 48.7%까지 치솟았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가 종료된 5월에도 48.5%를 유지하며 사실상 50%에 육박했다.
LTV 70% 우대, 생애 최초에만 주어진 ‘특혜’
생애 최초 매수 급증의 직접적인 원인은 대출 규제의 ‘차별적 설계’다. 2025년 6·27 및 10·15 대책을 거치며 규제지역 내 일반 무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은 40% 수준으로 묶였다. 반면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에게는 LTV 최대 70%가 유지됐다.
8억원짜리 주택을 기준으로 하면 일반 무주택자는 최대 3억2천만원, 생애 최초 구입자는 최대 5억6천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한 구조다. 이 격차가 대기 수요를 시장으로 끌어들이는 핵심 레버로 작용했다.
여기에 2026년 5월 10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재개를 앞두고 정부가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무주택자에 한해 전세를 낀 주택 매수를 허용한 조치도 가세했다. 정부에 따르면 같은 해 4월 22일 기준 다주택자가 매도한 서울 아파트 중 무주택자 매수 비중은 73%로, 전년(56.1%)보다 크게 높아졌다.
노원 60%, 강남 31%…’생애 최초 지도’ 뚜렷한 격차
지역별 편차도 뚜렷하다. 비강남·중저가 지역에서 생애 최초 매수 비중이 집중됐다. 노원구(60.6%)와 성북구(59.8%)가 선두였고, 강북구(57.2%), 서대문구(55.2%), 관악구(52.7%), 강서구(50.9%), 금천구(50.2%), 구로구(50.1%) 등 8개 구에서 생애 최초 비중이 절반을 넘었다.
반면 강남구는 31.6%로 서울에서 가장 낮았고, 서초구(32.7%), 용산구(33.4%) 등 고가 지역은 상대적으로 낮은 비중을 보였다. 생애 최초 LTV 70%를 적용할 때 대출 한도(최대 6억원)와 맞아떨어지는 15억원 이하 매물이 많은 곳에 실수요가 집중된 결과다.
2026년 4월 한 달만 보면, 서울에서 생애 첫 집합건물을 매수한 사람은 7,341명으로 2021년 11월(7,612명) 이후 4년 5개월 만의 최대치를 기록했다.
30대가 주도…”실수요 전환이냐, 부채 함정이냐”
생애 최초 매수자 중 30대 비중은 2026년 1~5월 56.1%로, 2010년 이후 처음으로 과반을 돌파했다. 전년 평균(49.8%)보다 6.3%포인트 높은 수치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 현상을 주택시장의 세대교체 신호로 읽는다. “시장 주도권이 다주택 투자자에서 젊은 실수요자로 이동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한편, 전세 불안이 ‘조기 매수’를 자극했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는다. 전셋값 상승과 역전세 리스크가 맞물리면서 “전세보다 매매가 낫다”는 판단이 30대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됐다는 것이다.
다만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일부 경제 전문가들은 LTV 70%에 금리 4~5%대 환경이 결합될 경우, 소득 정체나 집값 조정 시 30대 차입자의 부실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