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11월 이후 단 한 번도 내준 적 없던 코스피 시가총액 1위 자리가 바뀌었다. 22일 장중 SK하이닉스(000660)가 삼성전자(005930)를 제치고 보통주 기준 코스피 시총 1위에 올라서며 약 25년 7개월 만의 ‘왕좌 교체’가 현실화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후 12시 51분 기준 SK하이닉스 시가총액은 삼성전자 시가총액보다 4천561억원 많은 상태로 집계됐다. 같은 시각 SK하이닉스 주가는 5.82% 급등한 반면, 삼성전자는 0.71% 상승에 그쳤다.
다만 삼성전자 우선주(삼성전자우)까지 합산할 경우 두 기업 간 격차는 아직 유효하다. 이날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우의 합산 시가총액은 SK하이닉스 시총의 약 109% 수준으로, 전체 삼성전자 주식 가치 기준으로는 SK하이닉스를 앞서고 있다.
500조 격차가 6개월 만에 ‘역전’으로
불과 반년 전만 해도 두 회사의 시총 격차는 약 500조원에 달했다. 2026년 초 압도적이었던 삼성전자의 우위는 5월 말 약 120조원으로 좁혀졌고, 6월 19일 종가 기준 99조원대까지 축소됐다.
격차를 무너뜨린 핵심 동력은 주가 상승률의 극명한 차이다. 연초 이후 SK하이닉스 주가는 341.9% 폭등한 반면, 삼성전자는 197.7% 상승했다. 두 종목 모두 기록적인 상승률을 보였지만, 상승의 탄력은 SK하이닉스가 압도했다는 평가다.
‘AI=HBM=SK하이닉스’…사업 구조가 운명을 갈랐다
시장에서는 이번 역전의 본질을 사업 구조의 차이에서 찾는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에 집중된 단일 사업 구조 덕분에,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급증에 따른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폭발의 수혜를 직접적으로 흡수할 수 있었다.
반면 삼성전자는 반도체 외에도 스마트폰·가전·디스플레이 등 방대한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이 같은 사업 다각화가 경기 방어력은 높여주지만, 반도체 초호황 국면에서 AI 수요 수혜를 희석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분석한다.
2026년 상반기 코스피가 사실상 반도체 2개 종목의 단독 랠리로 이어진 구조에서, 순수 ‘반도체 베타(탄력)’가 높은 SK하이닉스 쪽으로 자금이 더 빠르게 쏠렸다는 것이 시장의 대체적 시각이다.
ADR 상장, ‘글로벌 머니’를 향한 승부수
여기에 SK하이닉스의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 기대감도 주가 상승 모멘텀으로 작용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3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ADR 상장을 위한 공모 등록신청서(Form F-1)를 제출했으며, 시장에서는 올 하반기 상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ADR은 외국 기업이 미국 투자자들에게 자사 주식을 직접 거래할 수 있도록 발행하는 증권이다. 상장이 현실화될 경우, 글로벌 패시브 자금의 편입 확대와 미국 기관·리테일 투자자의 직접 매수 채널 확보로 이어져 밸류에이션 상향 압력이 추가될 수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한다.
다만 연초 이후 SK하이닉스 주가가 이미 340%를 넘게 오른 만큼, AI 기대를 상당 부분 선반영한 것 아니냐는 밸류에이션 부담 논쟁도 꾸준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반도체 업황이 반전될 경우, 반도체 2개 종목에 쏠린 코스피 구조 자체가 지수 전체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경계론도 함께 존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