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ETN이 출시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14조원 규모로 불어나며 국내 증시 변동성의 핵심 뇌관으로 떠올랐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16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보완방안을 신속히 마련해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6월 초 상장된 이 상품군은 불과 12거래일 만에 시가총액이 2배 이상 폭증했고, 금융감독원은 6월 18일 소비자경보 ‘주의’를 발령했다. 이후 감사원까지 금융위·금감원을 대상으로 ‘금융투자자 보호 실태’ 감사에 착수하면서, 정책 실패 논란이 공식화됐다.
투자자의 92%가 개인이고, 회전율은 최대 200%에 달해 이론상 매매수수료 부담만 10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금감원 분석이 나오면서 “증권사만 배불린다”는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규제 비대칭 해소’라는 명분…현실은 달랐다
금융위는 올해 4월 21일 국무회의에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하며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을 허용했다. 홍콩 등 해외 시장에 이미 상장된 한국 기업 레버리지 상품과의 규제 비대칭을 해소하고, 국내 ETF 시장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논리였다.
이 상품은 개별 종목의 일간 수익률을 2배로 증폭시키는 구조로, 동일 종목 운용한도가 자산총액의 100%, 위험평가액은 200%까지 허용된다. 금융당국은 “구조와 위험을 충분히 이해한 숙련된 투자자의 단기 투자에 적합”하다고 분류했고, 기존 1시간 사전교육에 더해 1시간 심화교육을 의무화했다.
그러나 금감원장은 “출시할 때부터 의문이 있었다”며 “환율 안정 효과도 기대만큼 크지 않았고 부작용은 너무 커졌다”고 평가했다. 금융위가 밀어붙인 상품을 감독기관 수장이 불과 수개월 만에 공개 비판에 나선 것이다.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변동성 주범 논쟁
금감원장은 높은 회전율과 막대한 수수료 구조를 지적하며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상황”이라고 표현했다. 실물 주식시장보다 파생상품 거래가 오히려 기초자산 가격을 흔들 수 있다는 구조적 우려다.
반면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변동성의 주된 원인을 글로벌 반도체 슈퍼사이클에서 찾았다. “반도체 종목이 짧은 시간에 많이 올랐고, 관련 기대와 우려가 매일 교차하면서 뉴스가 나올 때마다 출렁인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코스피 내 시가총액 비중이 커진 만큼 “충격을 맞는 면적도 커졌다”고 부연했다.
한국은행도 이들 레버리지 ETF가 자금 쏠림과 변동성을 키웠다는 분석을 제시하며, LP(유동성공급자) 평가기준 상향과 기본예탁금 상향 등 보완책 검토에 합류했다. 변동성의 ‘주범’을 둘러싼 금융당국 내부의 엇박자는 감사원 감사를 계기로 공식적인 책임 추궁 국면에 접어들었다.
대책은 ‘조만간’…방향은 장기·분산·주주가치
이 위원장은 이날 일시거래중지 방안에 대해선 “더 큰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살피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시장 개입에 따른 부작용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구체적인 카드는 공개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단기성 고위험 상품 쏠림을 줄이는 방향으로 장기 자금 유입과 분산투자를 유도하고, 신뢰받는 기업을 만들 산업정책과 주주가치 보호를 통한 장기 투자 여건 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