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중심 유럽 확장 본격화
7개국 진출 완료… 프리미엄 전동화 정조준
모터스포츠 기술력으로 럭셔리 시장 공략

르망의 소음 속에서 들려온 조용한 전기차의 울림, 그것은 단순한 발표가 아니었다.
제네시스는 그 자리에서 자신들의 기술력과 야심을 세상에 증명해 보이려 했다. 2035년, 내연기관차 판매가 금지되는 유럽을 겨냥한 제네시스의 승부수였다.
세계 3대 모터스포츠 중 하나인 ‘르망 24시’ 경기가 열린 프랑스 르망에서, 제네시스가 유럽 시장 본격 확장을 선언했다. 독일, 영국, 스위스에 이어 프랑스·스페인·이탈리아·네덜란드까지 새롭게 진출하면서 총 7개국에 브랜드 깃발을 꽂았다.
이번 발표는 단순한 판매 지역 확대가 아닌, 유럽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에서의 확실한 자리매김을 위한 포석이다.
유럽 전역에 퍼지는 전동화 전략

제네시스는 이번 유럽 4개국 진출을 통해 유럽 5대 자동차 시장을 모두 커버하게 됐다. 전기차 모델인 GV60, GV70, G80 전동화 버전이 중심이다. 고객 인도는 2026년 초부터 시작될 예정이며, 각국의 세부 판매 방식은 추후 공개된다.
진출 배경에는 유럽의 친환경차 수요 급증이 있다. 2035년부터는 유럽 전역에서 내연기관 차량 판매가 금지되면서, 전기차 전환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2024년 기준 프랑스·스페인·네덜란드·이탈리아 4개국 고급차 시장은 93만 대 규모이며, 이 중 21만 대가 전기차다. 특히 프랑스는 고급 전기차 비중이 27%에 이르는 전략 요충지로 꼽힌다.
제네시스 유럽법인장 자비에르 마르티넷은 “전동화 모델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차별화된 디자인과 고객 중심 철학으로 더 많은 고객과 만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마그마’로 증명하는 고성능 야심

기술력과 퍼포먼스는 제네시스가 유럽에서 인정받기 위해 반드시 넘어서야 할 관문이다. 이를 위해 제네시스는 고성능 전기차 ‘GV60 마그마’를 준비 중이다.
폭스바겐과 포르쉐에서 주행 성능을 총괄했던 만프레드 하러 유닛장은 “GV60 마그마는 고출력과 낮은 차체, 넓은 휠하우스를 갖춘 최초의 고성능 제네시스”라며, 퍼포먼스 시장 공략 의지를 밝혔다.
하러는 특히 “모터스포츠는 냉각, 내구, 공력 등 모든 기술을 시험하는 최전선”이라고 강조하며, 레이싱에서 얻은 기술적 노하우가 양산차에 직접 반영될 것이라 말했다. 그는 향후 차량 성능 향상을 위해 무게 배분 최적화, 전륜과 후륜 타이어 차별화, 고출력 e-모터 도입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하이브리드와 EREV로 ‘EV 캐즘’ 넘는다

전동화에 대한 고객 수요는 분명하지만, 모든 소비자가 순수 전기차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하러 유닛장은 이를 ‘EV 캐즘’이라 지칭하며, “전기차만 고집하기보다는 다양한 선택지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제네시스는 하이브리드(HEV)와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 개발에도 전력을 쏟고 있다.
그는 “EREV는 전기차의 정숙성과 고토크는 유지하면서도, 장거리 주행과 견인력까지 보완해주는 매력적인 대안”이라 설명했다. 이미 제네시스의 첫 하이브리드 시험주행이 진행됐으며, 출시 시점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가능한 한 빨리 선보일 것”이라 약속했다.
또한 배터리 기술은 국내 파트너들과의 협업으로 더욱 진화 중이다. 고성능 셀 개발까지 함께 추진하며, E-GMP보다 진보한 제네시스 전용 EV 플랫폼도 준비 중이다. 이 플랫폼은 향후 HEV와 EREV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되고 있다.
새로운 기반, 새로운 시장

유럽 시장은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등 전통 강자들이 뿌리내린 곳이다. 그 사이에서 제네시스가 자신만의 공간을 확보하는 일은 쉽지 않다.
하지만 모터스포츠 기술력, 고성능 모델 마그마, 그리고 현실적인 전동화 전략이라는 삼박자는 확실한 차별점이 되고 있다.
하러 유닛장은 “제네시스는 고급스러움과 퍼포먼스를 동시에 갖춘 드문 브랜드”라며, “열정적인 팀과 함께 새로운 자동차 시대를 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르망에서 시작된 제네시스의 도전은 이제 막 첫 발을 내디뎠다. 다음 무대는 유럽 소비자의 도로 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