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원인은 “브레이크 착각”
고령자 면허 제도, 손질이 시급하다

“운전대만 잡으면 불안하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온다. 최근 서울 한복판에서 70대 운전자가 상가를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한 데 이어, 도심 인도에 차량이 돌진하는 사건까지 잇따라 벌어졌다.
고령 운전자에 의한 치명적인 사고가 끊이지 않자 사회 전반에선 보다 정밀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멈추지 않는 고령 운전자 사고

최근 서울 성동구의 한 가게, 저녁 시간 평온하던 공간이 순식간에 유리 파편과 부서진 집기로 뒤덮였다. 70대 운전자가 브레이크 대신 가속 페달을 밟아 그대로 돌진한 것이다.
불과 하루 전, 도봉역 인근에서도 70대 남성의 차량이 인도로 돌진해 3명이 다쳤다. 당시 운전자는 차량 급발진을 주장했지만, 경찰 조사 결과 역시 브레이크와 액셀을 혼동한 단순 착오로 드러났다.
이런 사고는 예외가 아니다. 2024년 시청역과 강북 햄버거 가게 돌진 사고까지, 대형 인명피해를 남긴 대부분의 돌발 사고가 고령자의 운전 실수로 드러났다.
최근 3년간 65세 이상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는 연간 3만 건 이상으로 집계됐다. 경찰은 사고 방지를 위해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 지원을 확대하고 있지만 현장 전문가들은 이러한 조치만으로는 역부족이라고 지적한다.
사고율 낮아도 사망률은 최고

한국도로교통공단의 분석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발생한 교통사고 중 고령 운전자(65세 이상)가 낸 사고는 약 16.4%에 해당한다. 이는 40~50대보다 낮은 수치다.
하지만 사고 건수 대비 사망률을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고령 운전자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5년간 3천678명, 전체의 약 25%로, 어떤 연령대보다 높은 수치다.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임재경 씨는 “운전 가능 지역이나 시간대를 제한하는 조건부 면허 같은 방식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기술적 장치와 제도적 규제가 함께 병행되어야 실효성 있는 대응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VR 자가 진단’ 시범 도입…현실은 ‘걸음마’

현재 국내법은 75세 이상 운전자에게 3년마다 운전면허를 갱신하도록 하고, 인지기능 검사를 받게 하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이 실제 운전 능력을 정확히 평가하기엔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해 보고서를 통해 “현행 검사는 실제 주행 상황을 반영하지 못해 정확성이 떨어진다”며, “실제 운전평가를 반영한 검사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에 따라 올해 말까지 가상현실(VR) 기반의 운전 능력 자가 평가를 시범 도입할 예정이다. 이 시스템은 운전자가 돌발 상황에 얼마나 잘 대응하는지를 평가해, 스스로 면허 반납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냉담하다. 면허 자진 반납 시 지자체에서 지급하는 지원금은 10만~30만원에 불과하고, 한 차례만 제공된다. 이 때문에 실제 반납률은 2%대에 머무르고 있다.
느린 제도 개선…해외 사례는?

해외는 보다 적극적으로 고령 운전자 관리를 시행 중이다. 미국은 70세 이상에게 정기적인 의료 평가와 도로 주행 시험을 요구하며, 필요시 운전 가능 지역을 제한하는 면허도 발급한다.
일본은 인지 기능 검사뿐 아니라, 실차 운전 평가를 도입하고 비상 제동장치를 탑재한 차량으로만 운전이 가능한 한정면허도 신설했다. 면허 반납 시엔 택시 요금 할인, 마트 무료 배송 등의 혜택도 제공한다.
호주와 뉴질랜드는 의료진의 전문 판단과 실기평가를 통과해야 면허가 갱신된다. 이렇게 실효성 있는 시스템이 마련된 곳에서는 자발적 면허 반납률도 훨씬 높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고령 운전자 사고는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제도와 기술 모두 긴박하게 속도를 높여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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