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쏟아졌지만
관세 폭탄이 기다리고 있다
현대차·기아, 美 시장 속도전 갈림길

“지금이 정점일지도 모른다.”
현대차·기아가 미국 시장에서 사상 최대의 1분기 실적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달부터 미국이 수입산 자동차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기세 좋던 성장세에 급브레이크가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시장 1분기 ‘역대급’ 기록

현대차와 기아는 1분기 동안 각각 20만3554대, 19만8850대를 판매하며 전년 동기 대비 10% 이상 성장했다. 두 회사 모두 6개월 연속 동월 기준 최대 판매 기록을 경신하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하이브리드 차량의 선전이 눈에 띈다. 현대차·기아의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는 전년보다 77.9%나 뛰어올랐고, 그중 기아는 95.2%라는 압도적인 증가율을 기록했다.
친환경차 전체 판매량도 37만594대로 41.9% 늘었으며, 미국 내 친환경차 판매 비중 역시 22.2%로 확대됐다.

모델별로는 현대차 투싼이 2만3631대로 28.5% 늘며 월간 최다 판매 기록을 새로 썼고, 엘란트라(25.4%), 팰리세이드(20%), 아이오닉 5(16.6%)도 고르게 성장했다.
기아는 K4가 1만3719대를 판매하며 신차 효과를 톡톡히 봤고, 스포티지(10.9%), 텔루라이드(13%), 쏘렌토(19.9%), 카니발(87.5%) 등이 판매 호조를 보였다.
제네시스도 미국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3월 한 달간 7110대가 판매돼 전년 대비 20.4% 증가했다. 이 중 GV70과 GV80이 각각 2892대, 2474대로 판매 실적을 이끌었다.
고율 관세, 급성장 흐름 끊기나

하지만 이 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부의 관세 정책은 현대차·기아의 향후 행보에 큰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도한 관세 부과 방안이 부활할 경우, 수입산 자동차에는 최대 25%의 관세가 붙게 된다. 이 경우 차량 가격은 최대 1만달러(약 1500만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미국 내에서 판매되는 현대차 엘란트라의 시작 가격은 2만2125달러(약 3258만원) 수준이다. 여기에 25%의 관세가 적용되면, 차량 가격은 단숨에 4000만원을 넘어설 수 있다.
이에 대해 랜디 파커 현대차 북미판매법인 최고경영자는 최근 딜러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4월 2일 이후 출고되는 차량 가격은 조정될 수 있다”고 언급하며 관세 반영 가능성을 시사했다.
생산량 늘려도 역부족…현지화 한계

현대차그룹은 관세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내 생산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조지아주에 설립된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의 가동률을 높여 현지 생산 물량을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 전략이 단기적인 해결책이 되긴 어렵다.
현재 HMGMA에서는 전기차인 아이오닉 5와 아이오닉 9 두 차종만 생산하고 있으며, 전체 미국 생산능력은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과 기아 조지아 공장을 모두 합쳐 약 120만대 수준에 그친다.
지난해 미국에서 판매된 약 170만대의 차량 중, 약 101만대는 국내 공장에서 생산돼 수출된 물량이었다.
국내 공장에서의 생산 물량을 줄이고 미국 현지로 옮기는 데에는 추가 비용 부담과 노조의 반발이라는 현실적인 장애물이 따른다.
현대차·기아의 미국 시장 성장은 현재로선 빛나는 성과지만, 불확실한 정책 변수 앞에서는 마냥 낙관하기 어렵다. 미국 내 친환경차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지금, 관세 장벽을 넘어설 해법이 필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