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이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AI) 반도체 ‘트레이니엄(Trainium)’을 클라우드 서비스 울타리 밖으로 꺼내 팔기로 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현지시간 6월 18일, 아마존이 외부 기업 데이터센터에 트레이니엄을 직접 공급하는 방안을 두고 잠재 고객들과 협상 중이라고 보도했다.
아마존웹서비스(AWS)를 통하지 않고 칩을 직접 구매할 수 있게 하겠다는 이 구상은, 엔비디아 GPU 수급난에 지친 전 세계 기업들의 수요를 정조준한 전략으로 보인다.
트레이니엄 3세대 ‘대부분 완판’…수주 잔고 342조 원 돌파
아마존 AI 부문 최고책임자 피터 드산티스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잠재 고객들과 논의를 시작했다”고 직접 밝혔다. 고객사 이름은 공개하지 않았으나, 트레이니엄은 2020년 출시 이후 AWS를 통해 오픈AI, 앤트로픽, 우버 테크놀로지 등이 이미 도입한 바 있다.
아마존에 따르면 트레이니엄을 통해 창출된 매출 약정은 올해 4월 기준 2,250억 달러(약 342조 원)를 넘어섰다. 올해 초 출하를 시작한 3세대 제품은 이미 대부분 완판됐으며, 내년 출시 예정인 4세대에도 강한 수요가 집중되고 있다고 드산티스는 전했다.
앤디 재시 최고경영자(CEO) 역시 지난 4월 주주 서한에서 제3자에게 자사 칩 랙을 판매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이미 예고한 상태였다.

유럽 ‘데이터 주권’ 수요가 새 판로…구글도 같은 방향
아마존이 외부 판매를 서두르는 배경 중 하나로는 유럽의 ‘소버린 클라우드’ 수요가 꼽힌다. 소버린 클라우드란 데이터와 컴퓨팅 자원이 자국 법률과 규제의 통제 아래 운용돼야 한다는 요구를 뜻한다.
EU는 개인정보보호 규제(GDPR)와 AI 법안 등을 통해 미국 빅테크 클라우드에 대한 의존을 줄이는 방향으로 정책 기조를 강화해 왔다. 업계 전문가들은 ‘아마존이 설계한 칩을 유럽 현지 데이터센터에 직접 공급하는 모델’이 규제 부담을 낮추면서도 고성능 AI 인프라를 확보하려는 유럽 기업들에게 절충안이 될 수 있다고 예상한다.
이 흐름은 아마존만의 움직임이 아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 역시 올해 4월, 자체 AI 반도체인 텐서처리장치(TPU)를 일부 고객에게 직접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양자컴퓨팅까지 겨냥…’포스트 GPU’ 경쟁 본격화
드산티스는 CNBC 인터뷰를 통해 “향후 5~7년 안에 상업적으로 유용한 소규모 양자컴퓨터가 처음 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후에는 반도체 분야의 ‘무어의 법칙’처럼 성능이 매년 빠르게 향상될 것이라는 관측도 덧붙였다.
그는 양자컴퓨터가 기존 컴퓨터보다 단순히 빠른 수준을 넘어, 화학·소재과학 등 기존 컴퓨터로 풀기 어려운 특수 문제를 해결하는 데 강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아마존은 지난해 오류 정정에 특화된 양자컴퓨터 칩 ‘오셀롯’을 공개한 바 있으며, 마이크로소프트는 2029년까지 상업용 양자컴퓨터를 내놓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현재의 GPU·AI 칩 경쟁이 중장기적으로는 양자컴퓨팅 인프라 주도권 다툼으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이번 소식에 아마존 주가는 6월 18일(미국 증시 기준) 전 거래일 대비 2.90%(6.89달러) 오른 244.39달러에 마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