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를 마무리한 지 불과 며칠 만에, 스페이스X가 곧바로 200억달러(약 30조7천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에 나선다. 역대 최대 IPO의 흥분이 채 가시기도 전에 초대형 채권 시장까지 두드리는 이례적인 행보다.
파이낸셜타임스(FT)와 로이터통신은 18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스페이스X가 이르면 다음 주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씨티그룹·JP모건 등 월가 금융사들과 채권 발행을 협의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같은 날 스페이스X에 투자등급인 Baa1을 부여했다.
이번 회사채는 스페이스X 설립 이후 사실상 첫 공모 투자등급 채권이라는 점에서 시장의 이목이 집중된다.
200억달러 브릿지론의 ‘출구 전략’
이번 회사채 발행의 직접적인 배경은 올해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인공지능 스타트업 xAI와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를 스페이스X에 합병하면서, 200억달러 규모의 브릿지론(단기 차입금)을 일으켰다.

브릿지론은 대형 인수·합병 시 임시로 조달하는 고비용 단기 자금으로, 만기는 2027년 9월이다. 스페이스X는 이번 10년 만기 회사채로 이 브릿지론을 갚는 ‘차환(refinancing)’ 구조를 추진하고 있다. 총부채를 줄이는 것이 아닌, 단기 부채를 장기 채권으로 갈아타 만기 구조를 사실상 2036년대로 연장하는 전략이다.
초기 협상에서 스페이스X의 10년 만기 회사채 금리는 미국 국채 금리보다 1.35~1.50%포인트(135~150bp) 높은 수준에서 논의되고 있다. 최종 금리와 발행 규모는 시장 수요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무디스 Baa1, ‘싼 돈’ 조달 시대 열다
무디스의 Baa1 등급 부여는 단순한 신용평가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는 부채 규모가 많은 오라클보다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대형 연기금·보험사·글로벌 채권펀드 등이 규정상 투자할 수 있는 ‘IG(투자등급) 발행사’로 스페이스X가 공식 편입됨을 뜻한다.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이를 머스크 그룹의 자본조달 구조가 전환되는 분기점으로 분석한다. 테슬라·트위터 인수 등에서 고금리 사모 대출에 의존해 온 방식에서 벗어나, 비용이 낮은 공모 자본시장으로 진입하는 첫 사례라는 것이다. 다만 xAI·엑스 합병으로 머스크 개인의 정치·사회적 리스크가 스페이스X의 자본 구조 안으로 들어온 점은 투자자들이 주시해야 할 변수로 꼽힌다.
AI 인프라 자금조달 ‘러시’…스페이스X도 합류

스페이스X의 이번 행보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대규모 자금조달 흐름과 궤를 같이 한다. 엔비디아는 이번 주 5년 만에 처음으로 250억달러 규모 회사채를 발행했고, 구글은 이달 초 850억달러 규모의 유상증자를 마쳤다. 앤트로픽은 IPO를 앞두고 블랙스톤·아폴로 등 사모펀드를 대상으로 350억달러 규모 채권 발행을 추진 중이다.
시장에서는 AI 인프라 투자 경쟁이 채권·주식시장을 막론한 ‘초대형 자본조달 러시’를 촉발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스페이스X는 우주발사체·위성통신(스타링크)에 AI와 소셜미디어 플랫폼까지 결합한 형태로, 기존 테크 기업과는 다른 궤적의 자금조달 사례로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번 회사채의 최종 스프레드 수준이 시장에서 이 리스크를 어느 가격에 반영하는지를 가늠하는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