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권을 쥔 투자자들이 올 상반기 일제히 주식 전환에 나섰다. 코스피 지수가 상반기에만 100% 넘게 급등하면서 ‘이자를 받는 것보다 주식으로 갈아타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 시장 전반에 퍼진 결과다.
한국예탁결제원은 16일 2026년 상반기 주식관련사채 권리행사 금액이 3조2,405억원으로 2025년 하반기 대비 21.7% 증가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행사 건수도 3,166건으로 10.7% 늘었다.
주식관련사채란 전환사채(CB), 교환사채(E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채권 보유자가 일정 조건에 따라 주식으로 전환하거나 신주를 인수할 수 있는 권리가 붙은 채권을 통칭한다.
EB 폭증이 전체 끌어올렸다
행사 금액 급증의 배경에는 교환사채(EB)의 이례적인 팽창이 자리한다. 상반기 EB 행사금액은 1조6,155억원으로 직전 반기 대비 무려 95.7% 증가했다. 전체 행사금액 3조2,405억원 중 EB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49.8%로 절반에 육박했다.
반면 전환사채(CB) 행사금액은 1조4,409억원으로 직전 반기(1조5,816억원) 대비 8.9% 감소했고, 신주인수권부사채(BW)는 1,841억원으로 28.1% 줄었다. 건수 기준으로도 EB는 577건으로 112.9% 급증한 반면, CB는 1,355건으로 11.8% 감소했다.

상품 구조가 만든 ‘상승장 수혜’
주식관련사채는 구조적으로 상승장에서 투자자에게 유리하게 설계돼 있다. 주가가 오르면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교환하거나 신주를 인수해 차익을 실현할 수 있고, 주가가 하락하면 채권을 그대로 보유하며 안정적인 이자 수입을 올릴 수 있는 구조다.
다만 종류별로 자본금에 미치는 영향은 다르다. CB와 BW는 권리 행사 시 신주가 발행돼 발행사의 자본금이 늘어나고 기존 주주의 지분이 희석된다. 반면 EB는 이미 발행된 주식을 교부하는 방식이라 자본금은 그대로지만, 유통주식수가 늘어 주가 수급에 압력을 줄 수 있다는 점은 투자자들이 주목해야 할 지점이다.
분리형 BW의 경우 신주인수권만 분리해 현금으로도 행사가 가능한 반면, CB와 EB는 채권으로 대용 납입하는 방식이 원칙이라는 점도 행사 방식에서의 차이점으로 꼽힌다.
7월 코스피 20% 하락…하반기 행사 ‘숨고르기’ 예상

상반기 내내 강세를 보이던 코스피는 7월 들어 약 20% 하락하며 조정 국면에 진입했다. 주가가 전환·교환 가격에 근접하거나 밑돌 경우, 투자자들이 다시 채권 보유(이자 수취) 쪽으로 기울면서 하반기 권리행사 속도가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상반기에 이미 상당한 물량이 행사되며 소화된 만큼, 하반기에는 발행과 행사 모두 속도 조절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아울러 대규모 CB·BW 행사는 기존 주주 지분 희석이라는 ‘오버행’ 리스크와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관련 잔액이 많은 종목에 대한 투자자들의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