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정과 국회에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금 반환보증 가입 요건을 현행 전세가율 90%에서 70%로 대폭 낮추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전세사기 재발을 막겠다는 취지지만, 비아파트 임대 시장과 서민 주거에 미칠 충격파를 두고 시장의 반발이 거세지는 양상이다.
규제 강화의 역설…선의가 만든 역전세 공포
정부는 2023년 전세사기 여파가 거세지자 집값 산정 방식과 보증 한도를 손질해 이른바 ‘126% 룰’을 도입한 바 있다. 공시가격의 140%에 전세가율 90%를 적용하는 이 기준은 당시에도 임대 시장에 적잖은 충격을 줬는데, 이번에 전세가율을 70%로 추가 하향할 경우 비아파트 생태계에 치명타가 될 것이라는 경고가 쏟아진다.
합법적인 임대사업자로 등록해 의무를 다해온 임대인들은 일방적인 보증 한도 축소로 수억 원의 보증금을 자력 반환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고 호소한다. 이미 보유 자산을 처분하거나 대출을 끌어다 보증금을 반환한 임대인들은 한도가 70%로 더 떨어지면 집을 팔아도 빚을 갚지 못하는 줄도산 사태를 경고한다.
!["전세사기 막겠다더니 서민 주거가 무너진다"…보증 요건 강화의 역설, 시장 '반발' 2 [김대호의 경제읽기] HUG 전세보증 기준 강화…'깡통전세' 줄어들까](https://www.reportera.co.kr/wp-content/uploads/2026/04/yna_HUG_ECA084EC84B8EAB888_EBB098ED9998EBB3B4ECA69D_20260422_013838.jpg)
아파트만 살아남는 시장…유형별 충격 극명히 갈려
규제 강화의 충격파는 주택 유형에 따라 극명하게 갈린다. 매매 시세가 투명하고 전세가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아파트는 70% 기준을 적용해도 보증 가입에 큰 지장이 없는 경우가 많다.
반면 시세 파악이 어렵고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보증 한도가 산정되는 빌라·다세대 주택은 사정이 다르다. 낮은 공시가격에 전세가율 70%를 엄격히 적용하면 세입자가 실제로 보호받는 한도가 실제 시세의 절반 수준까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시장에서는 이미 전세의 월세화가 빠르게 진행 중이다. 보증 요건 강화 이후 서울 연립·다세대 주택의 월세 거래 비중은 35.22%에서 52.99%로 17.77%포인트 급등했다. 집주인들이 낮아진 보증 한도에 맞춰 전세금을 내리는 대신 그 차액을 월세로 돌리면서 서민 주거비 부담이 가중되는 구조다.

끊어지는 주거 사다리…청년·신혼부부 직격탄
저렴한 빌라 전세에 거주하며 목돈을 모아 아파트로 나아가던 청년과 신혼부부들의 주거 이동 경로가 막히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전세 공급 자체가 줄어들면서 저가 임대 시장의 첫 진입 단계가 붕괴되면 주거 계층 이동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전세사기 근절이라는 정책 목표에는 공감하지만, 전세가율을 일률적으로 낮추면 악성 깡통전세와 정상 임대 물건을 구분하지 못해 선량한 임대인과 세입자까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규제 적용 대상을 정밀하게 선별하지 않으면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보증 요건 강화를 요구하는 반면 정부는 임대차 시장 불안을 이유로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진다. 최종 방안이 어떤 형태로 확정되느냐에 따라 비아파트 임대 시장의 생존 여부가 갈릴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