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0만 원 퇴직연금에서 이자 8만 원”…방치된 노후 자산, 10년에 3,740만 원 ‘증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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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0만 원이 넘는 퇴직연금 계좌가 연 0.1%짜리 대기성 자금으로 방치되고 있다. 디폴트옵션을 설정하지 않거나 예금 만기 후 운용 지시를 내리지 않은 수백만 명의 직장인들이 스스로 노후 자산을 갉아먹고 있는 셈이다.

인천에 거주하는 58세 직장인 김모 씨는 최근 자신의 퇴직연금 계좌 잔액이 8,000만 원에 달하는 것을 확인했지만, 그 돈이 이자율 0.1% 수준의 대기성 자금에 묶여 있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같은 금액을 2024년 퇴직연금 전체 연간 수익률인 4.77% 상품에 운용했다면 연간 약 382만 원의 수익이 발생했을 것이다.

퇴직연금 성과평가 첫 도입…노동부, 사업자 대상 설명회 개최 | 연합뉴스
퇴직연금 성과평가 첫 도입…노동부, 사업자 대상 설명회 개최 | 연합뉴스 / 연합뉴스

대기성 자금에 방치했을 때의 연간 이자는 고작 8만 원 수준으로, 두 경우의 격차는 매년 374만 원에 달한다. 이를 5년으로 환산하면 약 1,870만 원, 10년이면 약 3,740만 원의 차이가 생기며, 복리 효과와 상품 수익률 변동에 따라 실제 격차는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 시장의 분석이다.

53조 원 시장, 그래도 모르는 사람이 더 많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초 기준 디폴트옵션 적립금은 53조 3,000억 원을 넘어섰고, 가입자는 734만 명을 돌파했다. 디폴트옵션은 가입자가 별도 운용 지시를 내리지 않을 때 사전에 설정된 방식으로 자동 운용되는 제도로, 퇴직연금 방치의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설계됐다.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도입됐지만… 업계, 제도 보완 목소리 - 뉴스1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도입됐지만… 업계, 제도 보완 목소리 – 뉴스1 / 뉴스1

그러나 제도 도입 이후 시간이 상당히 흘렀음에도 인지도와 실제 활용 사이의 간극은 여전히 크다. 시장에서는 많은 가입자들이 예금 만기 후 자동 재예치가 이뤄진다고 착각하거나, 아예 계좌를 확인하지 않아 수익 기회를 잃고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위험등급별 격차 최대 12%P…정부 성과평가 첫 착수

2025년 말 기준 디폴트옵션 상품의 위험등급별 연간 수익률은 안정형 2.6%, 안정투자형 7.5%, 중립투자형 10.8%, 적극투자형 14.9%로 집계됐다. 가장 보수적인 안정형과 공격적인 적극투자형 사이의 격차가 12%포인트 이상에 달하면서, 어떤 등급의 상품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수령액 차이가 크게 벌어지는 구조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2026년 4월 46개 퇴직연금사업자 담당자 약 100명을 대상으로 준법감시 설명회를 열고, 고수익 상품을 대기업·주요 고객에게만 우선 제시하는 관행과 선관주의 의무 미이행 사례를 지적했다. 고용노동부도 올해부터 디폴트옵션 승인 상품에 대한 수익률·안정성 성과평가를 처음으로 시작하면서, 제도 운용 전반에 대한 감독을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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