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개인투자자(서학개미)들이 스페이스X 나스닥 상장 첫날 단 하루 만에 1조2000억원 이상을 쏟아부었다. 단일 종목에 하루 1조원 이상이 몰린 것은 최근 들어 유례를 찾기 힘든 규모다.
이른바 ‘꿈의 IPO’로 불려온 스페이스X가 마침내 공개 시장에 등장하자, 공모주 배정 기회조차 없었던 한국 개인들이 상장 당일 장내 매수로 집중 대응한 결과다.
상장 첫날, 1조2346억원 ‘한 방에’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한국투자증권 등 자기자본 기준 10대 증권사와 토스증권을 포함한 11개 증권사를 통해 개인 투자자들이 현지시간 6월 12일 스페이스X(티커: SPCX)를 순매수한 금액은 1조2346억원(약 8억850만 달러·환율 1527원 적용)으로 집계됐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 기준으로도 같은 날 개인 순매수 규모는 유사한 수준으로 확인됐다. 일부 수치 차이는 환율 적용 시점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같은 날 순매수 2위 종목인 ProShares UltraPro QQQ ETF(TQQQ)의 순매수는 2493만 달러에 그쳤다. 스페이스X 순매수가 2위 종목의 30배를 웃도는 압도적 수치다.
‘속슬’도 넘었다…역대급 쏠림의 배경
이번 스페이스X 매수 규모는 기존 서학개미의 ‘단일 종목 최대 매수’ 기록마저 갈아치웠다.
지난 6월 4일,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를 3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 ‘SOXL(속슬)’에 한국 개인이 하루 동안 순매수한 금액은 약 5억1422만 달러(7852억원)로, 당시 2위 종목의 25배에 달해 화제가 됐다. 스페이스X 상장일 매수액은 이 사상 최대 기록의 1.5배를 웃돈다.
쏠림의 구조적 배경으로는 ‘공모 접근 불가’가 꼽힌다. 스페이스X IPO 공모주는 국내 일반 개인투자자에게 직접 배정되지 않았다. 국내에서는 미래에셋증권이 전문투자자 대상 사모 청약만 진행했고, 일반 투자자에게는 상장일 장내 매수가 사실상 유일한 초기 진입 경로였다.
상장 전부터 관련 테마 ETF를 통한 ‘선행 베팅’도 있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서학개미들은 스페이스X 상장 이전 한 달 동안 우주·위성 테마 ETF인 ‘Tema Space Innovators(티커: NASA)’를 3억1654만 달러어치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만에 서학개미 보유 30위권…’머스크 프리미엄’ 계보 이을까
스페이스X는 공모가 135달러로 나스닥에 입성해, 상장 첫날 시초가 150달러에서 출발해 장중 176달러까지 치솟은 뒤 161.11달러(공모가 대비 +19.3%)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역산하면 한국 개인은 상장 첫날에만 약 500만주를 매수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결과 스페이스X는 단 하루 만에 서학개미 보유 미국 증시 종목 ’30위권’에 안착했다. 6월 11일 기준 보유액 35위였던 ASML보다 많고, 한국 증시 3배 레버리지 ETF인 KORU의 보유 규모를 추격하는 수준이다.
이튿날인 현지시간 6월 15일에도 스페이스X 주가는 19.6% 추가 급등하면서, 업계에서는 서학개미의 이틀간 누적 순매수가 2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스페이스X를 두고 “테슬라 이후 서학개미의 새로운 상징 종목”으로 보는 시각이 형성되고 있다. 로켓 발사(팔콘9·스타십)와 위성통신(스타링크), 여기에 2026년 1분기 전체 설비투자(CAPEX) 101억 달러 중 77%를 AI 부문에 집중한 투자 구조가 복합 성장 서사를 뒷받침한다.
다만 증권 전문가들은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이 이미 1조7700억 달러(세계 5위권)에 달해 성장 기대가 선반영된 구간임을 지적한다. SOXL·TQQQ 등 레버리지 ETF에서 반복된 ‘쏠림 후 변동성 확대’ 패턴, 원·달러 환율 변동에 따른 수익률 영향, 머스크 개인 이슈로 인한 리스크 전이 가능성 등 복합적 변수도 시장의 관찰 대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