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27일 화려하게 출범한 반도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출시 한 달 남짓 만에 투자자들에게 3조 원에 육박하는 평가손실을 안겼다. 7일 코스피는 사이드카에 이어 서킷브레이커까지 발동되는 초유의 혼란에 빠졌고, 그 중심에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있었다.
한국거래소와 코스콤 CHECK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13분 기준, 삼성전자 레버리지 7종은 18~19%대, SK하이닉스 레버리지 7종은 20~21%대 낙폭을 기록했다. 기초자산인 두 종목이 10% 안팎으로 급락하면서, 일간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구조상 손실이 고스란히 두 배로 증폭된 결과다.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16종의 총 거래대금은 9조7,087억 원에 달했다. 이는 전체 ETF 거래대금 약 29조 원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로, 이 상품군이 국내 ETF 시장에서 얼마나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상장가 2만 원, 전부 무너졌다
이날 폭락으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14종 모두 상장가인 2만 원 아래로 내려갔다. KODEX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는 장중 한때 1만7,100원까지 추락해 상장 후 최저가인 7월 2일(1만7,000원) 다음으로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TIGER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 역시 1만5,705원까지 밀렸다. KODEX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는 장중 저가 1만9,835원, TIGER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는 1만6,835원으로 각각 상장 후 세 번째로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하락 시 2배 수익을 내는 인버스 상품은 급등했다. SOL SK하이닉스선물단일종목인버스2X는 20.92% 오른 1만115원, PLUS 삼성전자선물단일종목인버스2X는 18.52% 상승한 1만4,815원에 거래됐다.
순자산 15% 증발…삼전·닉스 합산 1조 원 평가손실
자산 규모 감소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16종의 순자산총액은 7월 6일 기준 14조9,126억 원으로, 6월 25일의 17조5,994억 원 대비 약 15.3% 줄었다. 열흘 남짓 사이에 2조6,000억 원 이상이 사라진 셈이다.
미래에셋증권 김석환 연구원은 “순자산총액은 정점 대비 3조 원 가까이 줄며 순손실을 기록하고 있다”며 “KODEX·TIGER 기준으로 삼성전자 레버리지 ETF에서 약 4,000억 원, 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에서 약 6,000억 원의 평가손실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유안타증권 이재원 연구원은 이번 혼란의 본질을 “새로운 대형 악재보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키운 반도체 쏠림 포지션의 되감기”로 분석했다. 레버리지 ETF 출시 이후 삼성전자의 일평균 변동률이 4.4%에서 6.8%로 높아진 것을 근거로, 이 상품이 변동성 증폭 장치로 기능하고 있다는 평가다.
규제 당국도 자성…시장 구조 재편 불가피
이미 6월 23일 ‘검은 화요일’에 삼성전자·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 16종이 평균 25% 안팎 폭락한 이후, 금융감독원장은 “드러누워 막았어야 했다”는 표현으로 상품 허용 과정의 문제점을 인정했다. 6월 말 한 주에만 코스피 서킷브레이커가 두 차례 발동된 데 이어, 7일에도 사이드카·서킷브레이커가 연달아 발동되며 시장 변동성이 극단으로 치달았다.
시장에서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 대한 신규 상장 제한, 개인 투자자 적합성 심사 강화, 경고 의무 확대 등의 규제 강화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레버리지 ETF는 일간 수익률을 목표 배율로 추종하기 위해 매일 포지션을 재조정하는 구조상, 장기 보유 시 기초자산이 반등해도 원금을 회복하기 어려운 ‘경로 의존성’이 내재돼 있다는 점이 핵심 위험 요인으로 지목된다.
규제가 강화될 경우 ETF 운용사들이 일반 인덱스·섹터 ETF 등 비레버리지 상품으로 수익 모델을 재편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