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사가 성과급 산정 방식을 놓고 극한 대립을 이어가는 가운데, 오는 5월 21일부터 6월 7일까지 18일간의 총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최대 43조 원에 달하는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JP모건은 인건비 증가와 생산 손실 등을 복합적으로 감안할 때 피해 규모가 최대 43조 원에 이를 수 있다고 추산했으며, 노조 자체 추산치는 20조~30조 원 수준이다.
반도체 원판인 웨이퍼는 수백 단계의 진공·고온·화학 처리 공정을 거쳐야 완제품이 되는데, 이 과정에 짧게는 수주, 길게는 5개월 이상이 소요된다.
가동 중 공정이 비정상적으로 중단되면 해당 구간의 웨이퍼는 사실상 전량 불량 처리돼 폐기 수순을 밟는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설명이다.
노조 측이 제시한 ‘하루 1조 원 손실’은 평균 일 생산 부가가치에서 비상 가동 시 손실분과 고정비 등을 포괄적으로 추산한 수치다.
일부 언론에서 언급된 ‘100조 원’은 파업 장기화에 따른 대규모 웨이퍼 폐기, 주요 고객사 이탈,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모두 전제한 최악의 가정 시나리오로, 세부 모델이 공개된 검증 수치는 아니라는 점에서 정책적 경고 메시지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1,700개 협력사 ‘도미노 충격’…소재·부품·장비 생태계 전체가 흔들린다
삼성전자에 소재·부품·장비를 납품하는 협력업체는 1·2·3차 벤더를 포함해 약 1,700곳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향 매출 비중이 높은 중소·중견 장비업체의 경우, 납품이 1~2개월만 중단돼도 자금경색에 빠질 수 있다는 업계 우려가 크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D램·낸드 등 메모리 부문에서 점유율 35~40% 내외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삼성 라인의 가동 차질이 곧 글로벌 메모리 가격 급등과 대체 공급망 재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시장에서는 분석한다.
미국의 CHIPS Act, 일본의 TSMC·마이크론 유치 보조금 등 경쟁국들이 반도체 패권 경쟁에 국가 자원을 쏟아붓는 상황에서, 주요 고객사들이 삼성을 ‘공급 리스크 기업’으로 인식하게 되면 점유율 회복이 매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긴급조정권 발동 논란…’노동기본권 침해’ vs ‘국가 전략산업 보호’
중앙노동위원회가 사후조정 회의 재개를 긴급히 요청했으나, 노조는 성과급 산정 기준의 명문화와 영업이익 연동형 고정 공식 도입 없이는 협상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2024년 임금 잠정 합의안이 조합원 투표에서 반대 58.64%로 부결된 전례가 있어, 지도부가 타협안을 도출하더라도 조합원 추인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는 파업이 강행될 경우 긴급조정권 발동을 열어두고 있는데, 이 권한이 발동되면 노조는 즉시 모든 쟁의행위를 중단하고 최대 30일간 파업을 할 수 없다. 다만 노동·법학계에서는 반도체가 법상 필수공익사업으로 분류되지 않은 민간 제조업이라는 점에서 긴급조정권 적용이 헌법상 노동3권 제한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하며, 향후 배터리·방산 등 다른 전략 산업 분규에도 동일한 전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법조계도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