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협과 미중 갈등이 글로벌 공급망을 흔드는 가운데,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TSMC는 오히려 사상 최고 분기 실적을 써냈다.
AI 인프라 확충을 위한 첨단 반도체 수요가 지정학적 불안을 완전히 압도한 결과다.
AI가 비AI 부진을 상쇄…총마진 66.2% 역대 최고
TSMC의 2026년 1분기 매출은 1조1340억 뉴대만달러(약 356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5% 성장했으며, 순이익은 58.3% 급증한 5724억8000만 뉴대만달러(약 181억 달러)를 기록했다.
수익성 지표인 총마진율은 직전 분기 역대 최고였던 62.3%를 다시 경신하며 66.2%까지 치솟았다.
스마트폰·PC 등 비(非)AI 부문의 수요 약세에도 실적이 흔들리지 않은 이유는 AI 고객들의 폭발적 주문 덕분이다.
번스타인 리서치의 마크 리 애널리스트는 “비AI 분야의 공백을 공급 부족에 시달리던 AI 고객들이 빠르게 채우면서 실적에 타격이 전혀 없었다”고 분석했다.
‘쩐의 전쟁’ 선포…CAPEX 560억 달러, 아시아 전체 투자의 절반 육박
TSMC는 압도적 수익을 바탕으로 2026년 자본 지출(CAPEX) 규모를 최대 560억 달러(약 82조 원)로 책정했다. 이는 아시아 반도체 기업 전체 투자 예상치 1360억 달러의 약 41%에 달하는 규모다.
이번 투자는 반도체 생태계 전반으로 파급 효과를 낳고 있다. 세계 최대 반도체 패키징·테스트 업체인 ASE 테크놀로지 홀딩이 투자 가이던스를 상향 조정했으며, 마이크론의 총마진율은 이번 분기 81%까지 상승할 것으로 시장에서는 전망한다.
파운드리 점유율 72% vs 삼성 7%…격차 고착화 우려
TSMC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72%로, 삼성전자(7%)의 10배를 넘는다. 시장에서는 이 격차가 단순한 수주 경쟁을 넘어, 수율과 공정 기술력의 구조적 차이를 반영한다고 분석한다.
삼성전자는 1분기 매출 133조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8% 성장하는 호실적을 냈지만, 수익의 대부분은 파운드리가 아닌 D램 메모리에서 창출된 것이다.
반면 TSMC는 엔비디아 AI 칩 생산을 독점하면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고대역폭메모리(HBM) 탑재 협력의 중심축이 됐고, TSMC 패키징 생태계 진입 여부가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수혜 규모를 결정짓는 변수로 부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