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항저우의 한 민간 기업이 미 해군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호와 제럴드 R. 포드호의 이동 경로를 실시간으로 추적하며 소셜미디어에 공개하고 있다.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내 미군 기지에 집결한 항공기 종류와 규모까지 구체적으로 분석한 정보다. 심지어 이 업체는 베네수엘라 마두로 대통령 체포 작전 준비도 수개월 전에 포착했다고 주장한다.
놀라운 점은 이 모든 정보가 위성사진, 항공기 위치정보(ADS-B), 선박 자동식별장치(AIS) 등 ‘공개 데이터’를 AI로 분석한 결과라는 사실이다.
미국 연방하원 중국특별위원회는 “중국 공산당과 연계된 기업들이 AI를 전쟁 감시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며 공식 경고를 발령했다. 공개정보가 AI와 결합하면서 군사 기밀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적대국들이 기밀을 포함한 각종 정보를 이란에 제공하고 있다는 정황을 인지하고 대응 중”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형태의 정보전이 중동 상공에서 벌어지고 있다.
민간 위성데이터, 군사정보로 재탄생

미자르비전은 상업 위성 데이터를 대량 구매해 요르단에 배치된 사드 미사일 방어체계까지 추적했다. 또 다른 중국 기업 징안테크놀로지는 미군 전략폭격기 B-2A의 교신 내용을 포착했다고 주장했다.
스텔스 폭격기 교신 감청 가능성에 일부 전문가들은 회의적이지만, 이 업체가 미군 함정 100척 이상, 군용기 수십 대, 10만 건 이상의 군 관련 이동을 포착했다는 주장 자체가 안보 위협으로 인식되고 있다.
문제는 이들이 활용하는 데이터가 모두 합법적으로 구매 가능한 ‘공개정보’라는 점이다.
미국 싱크탱크 AEI의 라이언 페다시우크 연구원은 “중국에서 강력한 민간 지리정보 분석 기업이 증가하면, 위기 상황에서 중국의 방위 능력과 미군 대응 역량이 강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오픈소스 인텔리전스(OSINT)가 AI와 결합하며 전통적 군사정보 수집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는 셈이다.
위성데이터 차단, 미국의 고육지책

미국 정부는 민간 위성업체들에게 이란과 중동 지역 위성사진 판매를 무기한 중단해달라고 요청했다.
민간위성업체 플래닛랩스는 중동 분쟁 종료 시까지 이 지역 위성사진을 고객들에게 판매하지 않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안전 및 작전 보안’을 이유로 든 이례적 조치다.
하지만 이는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 세계적으로 수백 개의 상업 위성이 운용되고 있고, 중국과 러시아도 독자적인 위성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이 위성데이터 접근을 차단하는 대신, 자체 AI 분석 능력을 강화해 정보 우위를 확보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은 이제 ‘정보 공개’와 ‘작전 보안’ 사이에서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민간-군사 경계가 무너진 이 시대, 전장의 투명성이 오히려 새로운 취약점으로 작용하는 역설적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