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만 원짜리 자폭 드론 한 기를 막아내기 위해 15억 원짜리 미사일을 쏘아야 하는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
중동과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반복되어 온 이 ‘역비용 구조’에 정면으로 맞서는 해법이 시험 발사를 통해 기술적 운용 가능성을 확인하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미국의 정밀타격 무인기 MQ-9 리퍼가 저비용 레이저 유도 로켓 APKWS를 탑재하고 드론 전담 요격 플랫폼으로 변신하고 있다.
제너럴 아토믹스와 미 공군이 네바다주 넬리스 공군기지 인근에서 실시한 시험 비행에서 리퍼는 공중 표적 타격에 성공하며 기술적 운용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 조합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하다. 방어 측이 공격 측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위협을 제거할 수 있다는 ‘비용 역전’의 가능성이 처음으로 구체화됐기 때문이다.
이란제 샤헤드-136 자폭 드론의 추정 단가는 기당 2만~5만 달러(한화 약 2,600만~6,500만 원) 수준이다. 반면 이를 요격하기 위해 발사되는 AIM-120 AMRAAM 미사일은 1발당 약 120만 달러(한화 약 15억 원), AIM-9X는 약 45만 달러(한화 약 6억 원)에 달한다.
BAE 시스템즈가 제작한 APKWS는 기존 70mm 무유도 로켓에 반능동 레이저 유도 키트를 결합한 정밀 무기로, 발당 가격은 약 2만~3만 달러(한화 약 2,600만~4,000만 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단순 비교만으로도 AIM-120 1발 예산으로 APKWS를 약 48발, AIM-9X 1발 예산으로는 약 18발을 운용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샤헤드 드론의 단가와 APKWS의 단가가 비슷한 범위에 수렴한다는 점은 결정적이다. ‘공격이 무조건 싸다’는 소모전의 공식이 처음으로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장시간 하늘을 지키는 플랫폼…유인기가 할 수 없는 일
APKWS의 비용 우위는 MQ-9 리퍼의 장기 체공 능력과 결합할 때 비로소 전략적 의미를 갖는다.
리퍼는 실용 상승한도 약 15km(5만 피트) 상공에서 무장 구성에 따라 15~20시간 이상 체공이 가능하며, 시간당 운용 비용은 약 3,000~5,000달러 수준으로 F-16(시간당 약 2만~3만 달러)의 5분의 1에서 7분의 1에 불과하다.
F-15E나 F-16 같은 유인 전투기는 조종사 피로와 연료 한계로 장시간 체공 대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반면 리퍼는 EO/IR 센서와 합성개구레이더(SAR)를 탑재한 채 상공에서 무장 운용 시 통상 15~20시간 내외로 감시와 요격 대기를 수행할 수 있으며, 조건에 따라 더 길게 체공할 수 있다.
저속·저고도로 비행하는 자폭 드론은 지상 레이더만으로는 지형과 건물에 가려 탐지가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고고도에서 내려다보는 리퍼의 복합 센서는 이 맹점을 효과적으로 보완한다.
만능 해법은 아니다…한계와 한국군에 주는 시사점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조합을 ‘완벽한 해법’보다 ‘과도기적 부분 해법’으로 평가한다. APKWS의 유효 사거리는 고고도 발사 기준 10km 수준으로, 전역 방공보다는 특정 시설 상공에 대한 국지 방어에 적합하다. 수백 기의 드론이 동시에 몰려오는 대규모 스웜 공격에선 리퍼 1대가 탑재할 수 있는 APKWS 수량 자체가 한계에 부딪힌다.
리퍼 자체의 취약성도 고려 대상이다. 위성·지상 통신 링크에 크게 의존하는 리퍼는 강력한 전자전 환경에서 작전 능력이 저하될 수 있으며, 적의 지대공 미사일이 위협하는 환경에서는 우선 격추 표적이 된다. RAND·CSIS 등 미국 주요 싱크탱크들은 MQ-9+APKWS 개념을 긍정 평가하면서도, 궁극적으로는 레이저·마이크로파·완전 자율 요격 드론 등 더 저렴하고 대량 운용 가능한 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한국군 입장에서 이 논의는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2022년 12월 북한 무인기 5대가 수도권 상공을 유유히 누비는 동안 우리 전투기와 헬기 수십 대가 출격하고도 완벽한 요격에 실패한 사건은 고가 방공 체계만으로는 소형 드론 위협을 지속적으로 막아낼 수 없다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MQ-9급 무인기와 APKWS급 저가 정밀탄을 서해·수도권·주요 기지 상공에 투입하는 다층 방공 구조는, 국방비 효율과 억제력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겨냥할 수 있는 현실적인 선택지로 부상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