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걸프 국가들의 방공망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 6주간 이어진 대규모 공습으로 방공 탄약 재고가 빠르게 소진되면서, 미국 중심의 무기 조달 구조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4월 12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UAE·카타르 등 걸프 국가들이 한국·우크라이나·영국 등으로 무기 공급선을 급격히 다변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기존 미국 의존 방식으로는 즉각적인 전력 보강이 불가능하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결과다.
특히 이란의 샤헤드 계열 저가 드론을 활용한 대규모 공습이 확산되면서, 고가의 요격체계 중심 대응 방식이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거세지고 있다. 걸프 국가들이 다층적 방공망 구축이라는 새로운 전략으로 선회하는 배경이다.
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사우디아라비아가 한화와 LIG넥스원에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천궁-Ⅱ(M-SAM)의 인도 일정을 앞당길 수 있는지 타진했다고 전했다. UAE 역시 한국 업체들에 요격미사일 추가 공급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궁-Ⅱ는 드론·탄도미사일·항공기를 동시에 요격할 수 있는 중거리 방공체계로, UAE가 최근 이란 공격 대응 과정에서 실제 운용했다는 점이 신뢰도를 높이는 핵심 요인이다. 실전 검증된 성능이 조기 인도 요청의 직접적 배경이 된 셈이다.
걸프 국가들이 공급선 다변화에 나선 데는 미국 방산업계의 구조적 한계가 자리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수요 급증에도 불구하고, 미 방산업계는 생산 능력을 충분히 확대하지 못하고 있다. WSJ은 이 같은 현실이 미국에 잠재적 수주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우디는 패트리엇 요격미사일 확보를 위해 일본과도 접촉했으며, 우크라이나와는 무기 생산 및 경험 공유를 위한 국방 협력 협정을 체결했다. 카타르 역시 우크라이나 현지 요격 드론 훈련장을 방문하고 업체 관계자들을 만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다층 방공망 구축, 새로운 패러다임
걸프 국가들이 검토 중인 수단은 천궁-Ⅱ 같은 중거리 요격체계에 그치지 않는다. 우크라이나산 요격 드론, 미국의 전통적 개틀링 기관포, 영국 스타트업의 저가 미사일까지 아우르는 이른바 ‘창의적’ 방어 조합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는 중거리 요격체계·요격 드론·전자전 장비·근접방어 수단을 결합한 다층적 방공망을 구축하려는 전략적 전환으로 풀이된다. 단일 공급국에 의존하던 시대가 저물고, 위협 다변화에 맞춰 방어 수단도 복합적으로 운용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걸프 국가들의 ‘탈미’ 움직임은 단순한 조달 다변화가 아니라, 중동 안보 지형의 근본적인 재편을 예고한다. 천궁-Ⅱ의 실전 신뢰도가 부각되는 지금, 한국 방산이 글로벌 방공 시장의 새로운 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결정적 기회가 열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