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4000km 미사일 발사
자체 원칙 사실상 붕괴
유럽까지 사정권… 안보 불안

지난 20일 오전, 이란 본토에서 발사된 탄도미사일 2발이 인도양 차고스제도의 디에고 가르시아 섬을 향해 날아갔다. 약 4,000km 거리다.
한 발은 미 군함의 방공망에 요격됐고, 다른 한 발은 비행 중 실패했지만 충격은 컸다. 이란이 2017년부터 유지해온 ‘2,000km 사거리 제한’ 원칙을 실질적으로 깨뜨렸기 때문이다.
불과 한 달 전인 2월,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은 “의도적으로 사거리를 2,000km 미만으로 제한하고 있다”고 공식 발표했었다.
이번 발사는 단순한 무력 시위를 넘어, 중동 군사 균형의 판도 변화를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우주발사체 기술의 군용 전환, 핵심은 ‘시모르그’

영국 텔레그래프는 발사된 미사일을 20톤급 호람샤르-4로 추정했다. 2023년 공개 당시 이 미사일은 사거리 2,000km, 탄두 중량 1,500kg, 최대 80개 집속탄 탑재 능력을 명시했다.
그런데 어떻게 4,000km를 날았을까? 전문가들은 두 가지 가능성을 제시한다. 첫째, 탄두 무게를 대폭 줄여 사거리를 연장했을 가능성이다. 집속탄 구성으로 경량화하면 기술적으로 가능하다.
더 주목할 분석은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저스틴 브롱크 선임 연구원이 제기한 ‘시모르그 전환론’이다.
그는 “이란의 시모르그 우주발사체(SLV) 엔진 기술을 군용 탄도미사일에 적용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종말 단계 정확도를 희생하는 대신 훨씬 긴 사거리를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시모르그는 위성 발사용으로 개발됐지만, 그 추진 기술을 전용하면 장거리 탄도미사일로 전환이 가능하다. 이란이 우주 프로그램을 명분으로 사실상 ICBM 기술을 확보해온 셈이다.
2,000km 제한 원칙 붕괴… 전략적 메시지의 의미

2017년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직접 지시한 ‘2,000km 제한’ 원칙은 나름의 전략적 계산이었다.
역내 주요 표적(이스라엘, 사우디, 미군 기지)은 충분히 사거리 안에 들어오면서도, 유럽과 미국 본토를 자극하지 않겠다는 신호였다. 그러나 이번 4,000km 발사로 이 원칙은 사실상 무너졌다.
AP통신이 인용한 군사 전문가들은 이를 “우리의 능력을 보라”는 무력 시위로 해석한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장해온 ‘이란 군사력 궤멸론’에 대한 직접적 반박이라는 분석이다.
이란 의회 의장은 최근 이스라엘 디모나 지역에서의 미사일 직격(이스라엘 방공망 요격 실패)을 거론하며 “고도로 방어된 지역에서 요격 실패는 전투가 새 국면에 진입했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이란이 기술적 돌파를 통해 역내 군사 우위를 재설정하려는 의도가 명확하다.
유럽까지 번진 안보 불안… NATO 의존 구조의 한계

디에고 가르시아 기지는 B-2 스텔스 폭격기까지 운용 가능한 미국의 핵심 후방 지원 거점이다. 그런 곳이 이란 미사일의 표적이 됐다는 사실 자체가 중동을 넘어 유럽 안보에 경종을 울린다.
그러나 영국의 반응은 보수적이다. “이란이 실제로 유럽을 공격할 능력이나 의도를 갖고 있다는 평가는 확인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유지하며 직접 개입에 선을 긋고 있다.
문제는 영국이 탄도미사일 방어를 NATO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란이 장거리 미사일 능력을 계속 고도화하면, 유럽 각국도 독자적 MD(미사일 방어) 체계 구축을 재검토해야 할 상황이다.
이란의 이번 도발이 유럽의 방위 전략 재편을 촉발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