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쿠슈너·윗코프 배제하고
밴스 부통령 협상 요구
3차 핵협상 중 공습 단행 불신

이란이 미국과의 핵협상에서 전례 없는 요구를 내놨다. 재러드 쿠슈너 트럼프 대통령 사위와 스티브 윗코프 중동특사를 협상 테이블에서 배제하고, 대신 JD 밴스 부통령이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CNN 등 주요 외신은 25일(현지시간) 이란이 미국 측에 이 같은 입장을 비공식적으로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협상 당사국이 상대국 협상 담당자의 교체를 공개적으로 요구한 것은 외교 관례상 극히 이례적이다.
이란의 강경한 입장 배경에는 지난 2월 말 발생한 협상 중 공습 사건이 있다. 당시 미국과 이란은 제네바에서 3차 핵협상을 진행 중이었다.
지난달 26일 시작된 협상에서 이란 측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은 회담 종료 직후 “핵심 요소 대부분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협상이 마무리되던 2월 말, 미국은 이스라엘의 제안을 받아들여 이란에 선제 공습을 단행했다.
“뒤통수 친 이스라엘 우호 세력”

이란은 쿠슈너와 윗코프를 “뒤통수를 친 인물들”로 규정하고 있다. 두 사람이 협상 전면에서 이란과 대화하면서도 동시에 군사 공격을 계획했다는 것이 이란 측 주장이다.
특히 지난달 3차 협상 이후 이란이 시간을 끈다며 미국의 공격 명분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에 우호적 입장을 지속적으로 드러내온 두 사람의 이력도 이란의 불신을 키웠다.
미국이 이란에 제시한 15개 항 조건의 강도도 협상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미국은 포르도·나탄즈·이스파한 등 3개 핵시설 해체, 농축우라늄 전량 인수, 원심분리기 가동 중단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이란은 추가 군사 공격 중단 확약, 호르무즈 해협 항행 자유 보장, 불가침 보장 조약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현재 협상안은 지난해 5월 핵협상 당시 제시됐던 기존 틀에 기반하고 있어, 이란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들이 다수 포함됐다는 평가다.
밴스 부통령 카드의 계산

이란이 밴스 부통령을 지목한 배경에는 그의 정치적 성향이 있다. 밴스는 다른 나라 일에 개입하기를 꺼리는 고립주의를 표방하며, 이란에 대한 군사 작전에도 회의적 입장을 나타내왔다.
전쟁을 속히 끝내려는 이란 입장에서 밴스가 더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할 것이라는 기대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란의 요구가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협상에 쿠슈너와 윗코프를 보낼 것이냐는 질문에 “밴스 부통령과 루비오 국무장관도 협상에 참여하고 있다”며 직접 답변을 피했다.
협상 담당자 교체 문제에 대한 즉각적 결정을 보류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여의도 외교가 관계자는 “협상 당사자를 결정하는 문제에서부터 난항을 겪는 것은 본 협상의 난이도를 예고한다”고 분석했다.
중재 노력과 불확실한 전망

현재 오만의 바드르 알부사이디 외무장관이 중재자로 나서고 있으며, 파키스탄도 회담 개최를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이 기술적 부분에서 정치적 결정 단계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협상자의 신뢰성이 결정적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입장 차이를 좁히기 어려운 협상이 협상 담당자 선정 문제에서부터 삐걱거리면서 합의 가능성은 더욱 낮아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사위와 측근을 내세우는 비정통 외교 방식을 고수할 경우, 이란과의 신뢰 회복은 요원해 보인다.
반대로 밴스 부통령이 전면에 나설 경우, 트럼프 행정부 내 온건파와 강경파 간 노선 갈등이 표면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협상 테이블 구성부터 난항을 겪는 미·이란 핵협상의 앞날은 여전히 안개 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