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도 못 꺾은 중동 시장을 韓이”
미국이 중동 방위 시장에 21조 원짜리 방공 패키지를 내밀었지만, 정작 아랍 동맹국들의 눈길은 다른 곳으로 향했다.
지난 3월 초 아랍에미리트(UAE) 상공에서 울린 요격 성공음 하나가, 수십 년간 미국이 독점해 온 중동 방산 시장의 판도를 근본적으로 흔들기 시작했다.
미 국방부는 3월 20일 걸프협력회의(GCC) 소속 대사 및 국방무관들을 워싱턴으로 불러 모았다.
명분은 이란의 미사일·드론 위협에 공동 대응하는 것이었지만, 본질은 UAE·쿠웨이트·요르단 등을 겨냥한 약 160억 달러(한화 21조 원) 규모의 미국제 방공 시스템 세일즈였다. 그러나 중동 국가들의 반응은 예상보다 훨씬 냉담했다.
실전이 증명한 천궁-II의 가치
분위기를 단숨에 바꾼 것은 화려한 브로슈어가 아니라 실전 데이터였다. 2026년 3월 초, UAE에 배치된 한국형 중거리 지대공미사일 천궁-II(M-SAM)가 이란의 탄도미사일 요격에 성공하며 처음으로 전장 환경에서의 성능을 입증했다.
현지에 운용 중인 2개 포대는 다기능 레이더, 교전 통제소, 8발 탑재 발사대 차량 4대로 구성되며, 실전에서 96%의 요격률을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단 한 번의 성공은 그 어떤 마케팅보다 강력한 설득력을 발휘했다. UAE는 즉각 잔여 계약 물량의 조기 인도를 강력히 요청했고, C-17 전략수송기를 통해 요격 미사일 30발을 긴급 수송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구윤철 재정경제부 장관은 3월 24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중동 국가들이 지금 한국산 미사일을 사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고 밝혔다.
가성비를 넘어선 구조적 경쟁력
GCC 국가들이 K-방공망에 주목하는 이유는 단순한 가격 우위에 그치지 않는다. 천궁-II의 가격은 패트리어트의 약 3분의 1 수준으로, 드론과 단거리 탄도미사일 방어에 초고가 요격 미사일을 소모해야 하는 패트리어트의 비효율성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더욱 중요한 것은 호환성이다. 천궁-II는 기존에 구축된 서방제 레이더망과 완벽하게 연동되어 기존 방공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하면서 다층 방어망을 강화할 수 있다.
여기에 기술 이전과 현지 공동 생산을 허용하는 한국 방산업계의 유연한 협상 태도는, 복잡한 정치적 조건과 기술 통제를 내세우는 미국 방식에 지친 중동 국가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UAE는 천궁-II 도입의 대가로 한국을 원유 최우선 공급국으로 지정하며 전략적 파트너십을 격상시켰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기존 천궁-II 계약에 더해 장거리 지대공미사일(L-SAM) 등 상층 방공 전력에도 관심을 표명하고 있으며, 이라크도 도입에 박차를 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폭주하는 수요, 과제는 공급
LIG넥스원의 수주잔고는 약 26조 2천억 원에 달하며, 이 중 중동 수출 물량만 약 10조 2천억 원 규모다. 하지만 폭발적인 수요는 새로운 과제를 낳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LIG넥스원의 생산 라인은 이미 포화 상태에 달해, 글로벌 수요를 제때 감당하기 위한 생산 시설 확충이 시급한 상황이다.
아울러 핵심 방공 전력의 수출 확대가 대북 대비 태세의 일시적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LIG넥스원은 팔란티르와 AI 소프트웨어 협력을 통해 저고도부터 고고도까지 아우르는 통합 방공망 구축을 추진 중이며, UAE를 발판 삼아 중동 전반으로 수출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동맹이라는 이름표를 앞세운 미국의 21조 원 짜리 무기 세일즈 앞에서, 실전 데이터와 가격 경쟁력, 유연한 협력 모델로 무장한 K-방산이 글로벌 무기 시장의 판을 새로 짜고 있다. 2026년 중동 하늘은 지금, K-방공망의 가장 강력한 쇼룸이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