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 잠수함 뜨면 어쩌려고”… ‘기밀 유출’ 논란에 한국만 텅, ‘7.8조’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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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DX 7.8조 사업 표류
HD현대 영업기밀 공개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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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DX 사업 표류 /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7조 8,000억 원 규모의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사업이 ’12개 항목’을 두고 다시 한번 표류 위기에 빠졌다.

HD현대중공업이 24일 방위사업청을 상대로 기본설계 자료 공유 중단 가처분을 신청하면서, 이미 2년 넘게 지연된 사업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졌다.

6,000톤급 이지스함 6척을 2036년까지 건조하는 첫 국산 구축함 사업이 정작 설계 자료 공개 범위를 놓고 법정 다툼으로 비화한 것이다.

“183개는 준다” vs “전부 내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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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DX / 출처 : 연합뉴스

HD현대중공업은 기본설계 195개 항목 중 영업기밀에 해당하는 12개만 제외하고 나머지 183개는 경쟁사 한화오션에 공유하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방사청은 ‘전체 공개’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겉으로는 6%에 불과한 항목을 둘러싼 싸움이지만, 그 안에 담긴 무게는 사업의 향방을 결정할 만큼 무겁다.

HD현대중공업이 사수하려는 12개 항목에는 가격 정보와 최신 함정 기술, 영업 전략 등 핵심 노하우가 집약돼 있다. 특히 가격 정보 공개는 치명적이다.

함정 사업 특성상 수주 결정이 소수점 단위로 갈리는 경우가 많은데, 경쟁사가 원가 구조를 파악하면 전략적으로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HD현대 관계자가 “심각한 불공정 경쟁이 우려된다”며 가처분 신청의 불가피성을 강조한 이유다.

195개 vs 12개… 영업기밀의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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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DX / 출처 : 연합뉴스

반대편에서 바라보면 한화오션의 입장도 이해할 만하다. 기본설계에 참여하지 못한 상황에서 상세설계 경쟁에 뛰어들려면 완전한 정보 접근이 필수적이다.

한쪽만 경험을 축적한 환경에서는 애초에 공정한 경쟁이 성립하기 어렵다는 논리다.

방사청이 전체 항목 공개를 요구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경쟁 입찰로 사업 방식을 전환한 이상, 출발선을 동일하게 맞춰야 한다는 원칙론이다.

문제는 이 대립이 단순한 정보 공개 논쟁을 넘어선다는 점이다. KDDX는 선도함 인도 목표가 2032년 말로 잡혀 있는데, 현재 상세설계 사업자조차 선정되지 못한 상태다.

경하 배수량 7,100톤급 함정의 기술적 복잡성을 고려하면, 추가 지연은 전력 공백으로 직결될 수 있다.

게다가 KDDX 건조 경험을 확보한 업체가 향후 해외 수출 시장에서도 주도권을 쥐게 되므로, 두 기업 모두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상황이다.

경쟁 입찰이 부른 역설… 역차별 논란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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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중공업·한화오션 / 출처 : 뉴스1

KDDX 사업의 지연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당초 방사청은 관례대로 기본설계를 맡은 HD현대중공업과 수의계약으로 상세설계를 진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한화오션이 HD현대중공업의 군사기밀 유출 사건을 문제 삼으며 경쟁 입찰을 주장하면서 2년 넘게 교착됐다.

방사청은 수의계약, 경쟁입찰, 공동설계 등 3가지 방안을 검토한 끝에 지난해 12월 22일 경쟁 입찰로 최종 결정했다.

그런데 경쟁 입찰 결정이 오히려 새로운 갈등의 뇌관이 됐다. 공정한 경쟁을 위해서는 정보 비대칭을 해소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선행 투자자인 HD현대의 기술 자산이 경쟁사에 노출되는 구조적 모순이 발생한 것이다.

한 방산 전문가는 “기본설계 수주자가 상세설계에서도 우위를 점하는 게 일반적인데, 그 우위를 의도적으로 제거하려다 보니 역차별 논란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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