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이후 월급이 더 올랐습니다”… 은퇴한 60대들 서로 모셔가려 다투는 ‘이곳’의 정체

정년 넘긴 인력, 오히려 더 귀해졌다
숙련된 기술과 태도, 기업들 눈독
‘임금 삭감’은 옛말, 인상 사례도 늘어

정년 퇴직 이후 재고용된 근로자의 임금이 기존보다 더 높게 책정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숙련된 고령 인력 확보를 위한 경쟁이 나타나고 있으며, 일부 기업에선 정규직 때보다 높은 급여를 제시하는 경우도 확인됐다.

대기업은 깎고, 중소기업은 더 준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2024년 계속고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100명 이상 제조업체 614곳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64%의 기업이 공식적으로 재고용 인력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근로자 수 1천 명 이상인 대기업의 경우, 83.9%가 재고용 제도를 운영 중이지만 재고용 임금은 정년 당시의 60~80% 수준으로 조정되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근로자 수 100~299명 이하의 중소기업에서는 “임금 변화가 없다”는 응답이 경영지원직에서 43.4%, “오히려 많다”는 응답도 약 4%를 기록했다. 생산기능직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나타났다.

이러한 차이는 기업의 인력 구조, 임금체계, 노동시장 내 인력 수급 상황 등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대기업은 조직 내 인건비 관리와 정년제 적용이 체계적으로 이뤄지는 반면, 중소기업은 인력난 해소와 숙련 인력 확보를 위해 유연한 임금 책정 방식을 택하고 있는 것이다.

숙련도·적응력 높은 60대가 ‘귀한 몸’

정년 이후에도 기업이 고령 인력을 재고용하는 주된 이유는 ‘경험’과 ‘태도’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재고용 사유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항목은 ‘숙련 기술과 성실한 업무 태도’였다. 생산직의 경우 ‘인건비 절감’이나 ‘청년 인력 확보의 어려움’이라는 현실적인 이유도 재고용에 영향을 주고 있었다.

실제로 재고용된 근로자의 97.5%는 정년 전과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으며, 대다수 기업은 기존 정규직과는 다른 기준으로 임금을 책정하고 있었다.

특히 무노조 사업장이나 규모가 작은 기업일수록 기존 정규직과 동일한 방식으로 임금을 정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는 기업들이 고령 인력을 단순히 비용 절감 수단이 아니라, 현장 운영에 필요한 핵심 자원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정년 이후, ‘준비된 사람’만 살아남는다

고령 근로자들이 재고용되기 위해서는 기존 경력 외에도 지속적인 자기계발과 조직 내 신뢰 형성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보고서는 재고용을 원하는 근로자들에게 직무 역량 유지, 건강관리, 법적 절차 이해, 기업과의 원활한 소통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자격증 취득이나 기술 교육을 통해 직무 적합성을 유지하고, 건강 상태를 관리함으로써 지속 근무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또한, 재고용 계약 시 임금, 근무조건, 보험 재등록 등의 절차를 숙지하는 것도 필요하다.

은퇴,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

정년이 더 이상 ‘현역 은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특히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숙련 인력을 선호하는 현상이 확대되면서, 60대 이후의 재고용 시장은 꾸준히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임금 삭감이 일반적이었던 과거와 달리, 일부 기업에서는 인력 수요와 조직 운영의 현실적 필요에 따라 임금 유지 또는 인상을 선택하고 있다.

재고용을 원하는 고령 근로자라면, 기존 경험에 더해 자기관리와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이제는 정년 이후에도 준비된 인력이 경쟁력을 갖는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