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생산 18개월 만에 최악, 수출·내수 동반 감소
미국 관세 공세에도 중국은 반격, 한국 경제 타격 심화

연초부터 한국 제조업이 위기를 맞이했다.
세계 경제가 불안정한 가운데, 한국 제조업이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1월 제조업 생산이 전년 대비 4.2% 감소하며 18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줄었다.
내수와 수출 출하량도 나란히 감소하며 한국 경제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1월 제조업 생산지수는 103.7로 전년 동월 대비 4.2% 감소했다.

특히 자동차(-14.4%), 1차 금속(-11.4%), 기계장비(-7.5%) 등 주요 업종의 감소가 두드러졌다.
계절조정 제조업 생산지수 역시 111.6으로 전월 대비 2.4% 줄어들며 경기 둔화 우려를 키웠다.
제품 출하량도 부진했다. 1월 제조업 제품 출하는 전년 동기 대비 7.4% 감소했으며, 이는 2023년 1월(-9.2%) 이후 2년 만에 최대 폭의 감소다.
내수 출하는 11.8% 줄었고, 수출 출하는 1.2% 감소했다. 수출이 기대만큼 회복되지 않는 가운데, 내수 시장마저 위축되면서 제조업 전반이 위기를 맞고 있다.
美·中 무역전쟁 속 한국 경제 ‘이중고’

더 큰 문제는 한국 경제를 떠받치던 수출마저 부진하다는 점이다.
미국의 대중국 관세 공세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수출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 2024년 중국의 대외 무역 흑자는 1조 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반면 한국은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갈등 속에서 수출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자 일본과 중국은 ‘사재기 주문’을 늘렸지만, 한국은 오히려 수출이 위축됐다”며 “한국이 불안정한 경제 상황에 놓여 있어 해외 시장에서도 주문을 꺼리는 분위기”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관세 정책은 중국 경제에 타격을 주는 동시에 한국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 반도체와 자동차, 철강 산업이 직접적인 관세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제조업 위기, 경제 성장률에도 악영향

한국 경제는 제조업 의존도가 높은 구조적 특성을 갖고 있다.
유엔(UN)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제조업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한국이 28.0%로, 미국(10.3%), 일본(20.3%), 독일(20.4%)보다 훨씬 높다.
이에 따라 제조업 위기는 곧 경제 전반의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제조업 경기 동향을 보여주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2월 49.9로 하락하며 경기 위축 신호를 보였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제조업이 흔들리면 한국 경제 자체가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다”며 “특히 반도체 산업이 미국 관세 보복의 영향을 받을 경우 성장률 1.5% 유지도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처럼 글로벌 경제 위기 속에서 한국 제조업이 고전하는 가운데, 정부와 기업이 어떻게 대응할지가 향후 경제 흐름을 결정할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