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출산 지표는 반등
청년층 감정은 여전히 부정적
“경제적 부담 해결이 우선”

“결혼도 출산도 결국 돈 문제다.”
혼인 건수와 출생아 수가 오름세를 보이고 있지만, 청년 세대가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싸늘하다.
2024년 8월 혼인 건수는 전년 동월 대비 20% 증가했고, 출생아 수도 두 달 연속 늘었다. 이러한 변화에 일부에서는 “저출생 문제가 최악의 상황을 벗어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작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바라보는 감정은 ‘행복’보다는 ‘슬픔’과 ‘공포’가 더 많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돈’이 가장 큰 걸림돌

비영리 연구기관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이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온 결혼·출산·육아 관련 게시글 5만 건을 분석한 결과, 결혼에 대한 감정 중 ‘슬픔’이 32.3%로 가장 높았고, ‘공포’가 24.6%로 뒤를 이었다.
출산 관련 게시글에서도 ‘혐오'(23.8%)와 ‘공포'(21.3%)가 주요 감정으로 나타났다. 반면 결혼과 출산을 ‘행복’으로 표현한 게시글은 각각 9.3%, 7.3%에 불과했다.
청년층이 결혼과 출산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부담이었다.
이번 연구에서 결혼 관련 게시글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키워드는 ‘돈'(28.9%)이었고, 출산 관련 게시글에서도 ‘돈’이 상위 5위(13.2%) 안에 들었다.

출산과 육아의 현실적인 문제도 감정을 부정적으로 만드는 요인으로 꼽혔다. 육아 관련 게시글에서는 ‘집’이라는 키워드가 10위권 내에 포함됐으며, ‘직장과 육아 병행’, ‘육아휴직’과 같은 단어들도 자주 언급됐다.
결혼·출산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경제적 여건과 직장 환경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 연구원 관계자는 “출산율 반등이 긍정적인 신호임은 분명하지만, 이를 지속적인 흐름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코로나 팬데믹으로 미뤄졌던 결혼과 출산이 뒤늦게 이뤄진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청년층의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는 경제적 부담을 덜어줄 실질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혜정 한반도미래연구원 인구연구센터장은 결혼과 출산을 주저하는 가장 큰 이유로 주거 불안과 육아 부담을 꼽았다. 그는 “정부는 주거 안정을, 기업은 가족친화적 근무 환경 조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일·가정 양립을 위한 지원책을 확대하고 있지만, 아직 청년층이 체감하는 변화는 크지 않다.
결혼과 출산이 다시 늘어나는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단순한 장려 정책을 넘어 실질적인 경제적 지원과 환경 개선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