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만에 1억 4천만 원 폭등
서울도 아닌데 왜 이러나

최근 부동산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된 경기도 과천의 한 아파트 단지는 단 3일 만에 같은 평형, 같은 층의 아파트가 1억 4000만 원 오른 값에 거래됐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다시 불붙으면서, 경기권 주요 지역에도 가격 상승의 불씨가 옮겨붙고 있다. 그중에서도 과천은 유난히 눈에 띄는 속도로 가격이 급등하며 시장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자고 일어났더니 1억 4천이 올랐다고?

지난 6월 초, 과천의 ‘래미안슈르’ 전용 84㎡(12층)는 20억 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불과 사흘 전, 같은 면적과 층의 아파트가 18억 6000만 원에 거래됐던 것과 비교하면 정확히 1억 4000만 원이 오른 셈이다.
성남 분당 백현마을 2단지 역시 101㎡(6층)가 지난 2일 23억 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찍었다. 두 달 전, 같은 면적의 7층 매물이 21억 5500만 원에 거래됐던 점을 감안하면 약 1억 4500만 원이 오른 결과다.
시장에서는 이같은 현상을 단순한 ‘우연’이나 ‘일시적 광풍’으로 보지 않는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6월 둘째 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경기도 전체 아파트값은 24주 만에 상승 반전했다.
과천은 무려 0.35% 상승하며 상승폭 1위를 기록했고, 성남과 용인이 그 뒤를 이었다.
왜 하필 과천인가

가격 상승의 진앙지로 꼽히는 과천에는 몇 가지 구조적인 요인이 있다. 첫째, 도시 면적 자체가 작고 신규 택지가 거의 없어 신축 아파트가 드물어 공급이 부족하다.
최근 몇 년간 진행된 재건축 사업으로 신축 단지들이 늘어났지만 여전히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다.
둘째, 과천은 서울 강남과 차량으로 15분 거리로 연결되고, 지하철 4호선 외에도 GTX-C 노선 개발이 예고돼 있어 입지 조건이 좋다.
서울에서 강한 규제를 피해 투자처를 찾던 수요층에게는 매력적인 대안이 되는 셈이다.

셋째, 강남권 규제의 풍선효과다. 현재 강남 3구와 용산구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어,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하고 가까운 과천으로 투자자와 실수요자들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2023년 초 대부분의 지역을 비규제지역으로 해제한 이후, 규제의 빈틈을 공략하는 수요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넷째, 과천의 노후 단지 상당수는 현재 재건축 추진 중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이미 40년 이상 된 단지들이 신축 못지않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다시 꺼내드는 규제 카드, 정부의 선택은

정부도 이같은 시장 분위기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 12일, 대통령실 정책실장 주재로 기획재정부, 국토부, 금융위 관계자들이 참석한 부동산시장 점검회의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필요시 조정대상지역, 투기과열지구,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등 모든 수단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 공식화됐다.
이미 서울과 경기의 14개 지역은 최근 3개월간 매매가격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1.3~1.5배 이상을 넘겨 규제지역 지정 요건을 충족한 상태다.
과천은 상승률이 무려 4.6%에 달해, 강남(3.83%)보다도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수석은 “7월부터 DSR 3단계 규제가 본격화되기 전, 실수요와 투자 수요 모두 ‘막차’를 타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서울 강남에서 멀지 않으면서 교통 인프라와 재건축 호재가 많은 과천, 성남, 용인 지역은 상승세를 당분간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규제 강화 이후에는 관망세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정부가 다시 규제지역을 확대할 경우, 2년 반 만에 처음으로 시장 규제 기조가 바뀌는 셈이다.
서울발 집값 상승의 불씨는 이제 경기도 곳곳으로 번지고 있다. 이 불길을 잡기 위해 정부가 어떤 조치를 내놓을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과천도 지정해라 강남만 하지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