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 소득증가율 1.8% 역대 최저
부채 급증에 자산 증가는 둔화
양극화 심화 경고음 곳곳서 울려

대한민국 경제의 버팀목으로 여겨지던 중산층이 무너지고 있다.
지난해 소득 3분위 가구의 소득증가율이 1.8%로 통계 집계 이래 최저치를 기록하며 경제적 허리 역할을 해온 중산층의 위기가 현실로 드러났다.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격차가 벌어지는 와중에 그 사이에서 버티던 중산층마저 흔들리면서 한국 경제의 양극화 심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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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층 위기, 가장 큰 원인은?
중산층 소득증가율, 통계 작성 이래 ‘최저’

국가데이터처의 국가통계포털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소득 3분위 가구의 평균 소득은 5805만원으로 전년 대비 1.8% 증가에 그쳤다.
2017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전체 소득 분위를 통틀어도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같은 기간 고소득층인 5분위는 4.4%, 저소득층인 1분위는 3.1% 소득이 늘어나 중산층의 증가율을 크게 웃돌았다. 중산층만 홀로 경제 성장의 열매를 제대로 누리지 못한 셈이다.
중산층 소득 증가세가 둔화한 배경에는 근로소득 증가 폭 둔화와 사업소득 감소가 자리잡고 있다. 소득의 60%를 차지하는 근로소득은 3483만원으로 1.5% 증가했는데, 이는 2020년 1.3%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사업소득이다. 1172만원으로 집계된 사업소득은 전년 대비 0.1% 감소하며 2020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전반적인 경기 둔화와 취업 여건 악화, 내수 부진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자영업자들이 고금리 직격탄을 맞으면서 중산층의 사업소득이 크게 위축된 것으로 분석된다.
부채는 폭증, 자산 증가는 더뎌

중산층의 어려움은 자산과 부채 지표에서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소득 3분위 가구의 올해 평균 자산은 4억2516만원으로 전년 대비 3.6% 증가했다. 2023년부터 이어진 마이너스 행진에서는 벗어났으나 전체 가구 평균 자산 증가율 4.9%에는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반면 부채는 8059만원으로 9.9% 급증했다. 자산 증가율의 배 이상을 웃도는 수치다.
그 결과 순자산액은 3억4456만원으로 2.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전체 가구 평균 순자산 증가율 5.0%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부채를 활용한 레버리지 투자로 자산을 불린 고소득층과 달리 중산층은 생활비 압박에 부채만 늘어난 채 자산 증식에는 실패한 모습이다.
최근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를 보면 소득 5분위 가구의 부채는 8.6% 늘어난 반면 순자산은 7.9% 증가해 레버리지를 통한 자산 증식에 성공한 것과 대조적이다.
소득·자산 양극화, 중산층부터 균열

중산층의 소득과 자산 증가세 둔화는 한국 사회의 양극화가 더욱 심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탄이다.
이미 지난해 소득 상하위 20% 가구 간 평균 소득 격차는 11.2배에 달했다. 근로소득 격차는 무려 30배 수준으로 벌어졌다.
부채를 포함한 자산 역시 소득 상위 20%가 하위 20%의 8.4배에 달하며 자산 양극화도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2025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전체 순자산에서 상위 10% 가구가 차지하는 점유율은 46.1%로 1년 전보다 1.6%포인트나 확대됐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소득 이동성의 약화다. 2017~2022년 소득이동 통계를 보면 소득 이동성은 2020년 35.8%에서 2022년 34.9%로 매년 감소했다.
소득 하위 20%에 속한 사람 10명 중 약 7명은 1년 후에도 계층 이동을 경험하지 못했으며, 상위 20%의 10명 중 8명 이상은 계층을 그대로 유지했다. 중산층으로 올라가는 사다리가 사실상 끊긴 것이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산층 소득 증가 둔화는 경기 둔화 흐름이 반영된 결과로, 장기적으로는 양극화 심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중산층이 정부 지원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관심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재분배 정책 강화가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국의 세전·세후 지니계수 개선율은 2022년 기준 18.2%로 OECD 31개 회원국 중 28위에 불과해 소득 재분배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