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가격도 오르는 시대
카스도 결국 버티지 못했다
고물가에 소비자 시름 깊어져

“그나마 술 한 캔에 위로받았는데, 이제 그것도 쉽지 않게 생겼다.”
오비맥주가 국내 맥주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 중인 ‘카스’를 비롯한 주요 제품의 공장 출고가를 4월 1일부터 평균 2.9% 인상한다고 21일 밝혔다.
고환율과 원자잿값 상승에 따른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입장이지만, 국민의 장바구니 부담은 또다시 커질 전망이다.
1년 반 만에 가격 인상

카스의 가격 인상은 2023년 10월 이후 약 1년 6개월 만이다. 다만, 소비자 접점이 많은 마트용 카스 500㎖ 캔 제품 가격은 기존대로 유지되며, 대용량 묶음 판매 행사도 계속된다고 오비맥주는 설명했다.
업계는 오비맥주의 이 같은 조치가 시장 전체의 가격 조정 신호탄이 될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23년에도 오비맥주가 가격을 올린 뒤 한 달 만에 하이트진로가 테라와 켈리 등 주요 맥주 제품과 참이슬 소주 가격을 잇따라 올린 바 있다.
다만, 현재 하이트진로나 롯데칠성음료 측은 “아직 가격 인상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은 상태다.
수입맥주도 연쇄 인상…술값 전반 들썩

카스뿐 아니라 수입맥주도 줄줄이 가격을 올리고 있다.
앞서 이달부터 롯데아사히주류는 아사히 맥주 가격을 최대 20% 인상했다. 오비맥주 역시 지난해 11월부터는 호가든, 스텔라, 산토리 등 6종 수입맥주 가격을 상향 조정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원가 부담 때문만이 아니라, 유통 구조 개편이나 브랜드별 마진 재조정 등 다양한 요소들이 함께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외 맥주 전반에 걸쳐 가격이 오르면서, 소비자들이 편의점이나 마트, 온라인몰에서 체감하는 술값 부담도 덩달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작년보다 살기 더 힘들다”…7명 중 5명 체감

가격 인상은 체감 경기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20일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7명(71.5%)이 “가계 형편이 작년보다 나빠졌다”고 답했다.
‘물가 상승’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혔고, 실제로 식료품과 외식비를 포함한 생활물가 인상이 가장 큰 부담으로 나타났다.
경제적 어려움을 느끼는 이유로는 ‘실질 소득 감소’(11.9%), ‘일자리 불안’(9.5%)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물가가 가장 크게 오른 분야로 식품·외식비(72.0%)가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가계경제 악화 정도를 수치로 환산하면 평균 7.7%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내년 전망에 대해서도 64.2%가 ‘더 나빠질 것’이라고 답하며 비관적인 시각이 우세했다.
이러한 상황 속, 국민 대다수가 가장 시급한 정책 과제로 ‘생필품 가격 안정화’(58.4%)를 꼽았다. 에너지 가격 안정(13.9%)과 취약계층 선별 지원(9.7%) 등도 뒤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