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만 믿었다가 “빈털터리 됐습니다”… 50대 중년 남성 노린 ‘위험한 함정’

상담원은 가짜, 피해는 진짜
정부 정책대출 믿었다가 낭패
정부
사진 = 연합뉴스

최근 50대 남성 A씨는 급한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포털사이트에서 ‘저금리’를 검색하다가 예상치 못한 함정에 빠졌다.

정부 정책대출인 ‘햇살론’이라는 익숙한 이름이 등장했고, 상담사의 접근은 너무도 자연스러웠다. 그러나 그는 결국 2천만 원을 잃게 됐다.

A씨는 “어플도 그럴싸했고, 프로필 사진도 정장 차림에 증명사진이었다. 정부 대출이라고 해서 믿었다”라고 털어놨다.

금융당국이 직접 나서 ‘대출 빙자형 보이스피싱’ 경보를 울릴 정도로 피해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실제 금융사처럼 꾸며진 상담과 애플리케이션, 정식 명함까지 갖춘 사기 수법은 피해자들을 더욱 현혹시키고 있다.

정부정책 가장한 ‘상담사’, 사실은 사기꾼

정부
사진 = 연합뉴스

지난 21일, 금융감독원은 ‘대출 빙자형 보이스피싱’에 대한 소비자경보를 발령했다.

주로 정부 정책자금을 표방하며 고금리에 시달리는 서민층을 노리는 이 수법은, 사칭한 금융사 직원이 허위 대출 조건을 내걸고 피해자로부터 ‘작업비’나 ‘신용등급 향상비용’ 등의 명목으로 돈을 받아 챙기는 방식이다.

A씨의 경우 역시, 상담원이 실제 금융사 직원을 사칭하며 ‘대출 전용 앱’ 설치와 함께 신청서 작성을 유도했다.

모든 과정은 실제 금융거래와 흡사했지만, 정작 대출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오히려 그의 통장에서 거액이 빠져나갔다.

올해 1분기 대출 빙자형 보이스피싱은 전체 보이스피싱 유형 중 가장 높은 41.9%를 차지했으며, 이는 지난해 동기보다 30%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사기 수법은 점점 정교해지고 있으며, 인터넷 광고 클릭 한 번이 거대한 피해로 이어지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서민 위협하는 고금리와 연체율 상승

정부
사진 = 연합뉴스

이러한 사기가 급증하는 배경에는 바닥으로 떨어진 서민들의 자금 사정이 있다.

올해 1분기 카드사들의 연체율은 약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하나카드는 2.15%, KB국민카드는 1.61%, 신한카드는 1.61%로 일제히 상승했다.

이는 2014~201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특히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처럼 경제 충격에 취약한 계층이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연체율이 오르자, 카드사들은 심사 요건을 까다롭게 하고, 다중 채무를 방지하는 등의 조치를 강화하며 자산 건전성 강화를 위한 대응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은 긴급 자금이 필요한 서민들에게는 벽이 되고, 결국 이 틈을 노린 사기범들이 정부의 이름을 팔며 이들의 불안을 파고들고 있는 셈이다.

급전 수요 늘며 카드론 잔액도 증가세

정부
사진 = 연합뉴스

이런 상황에서 카드론 잔액 역시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2025년 4월 말 기준 9개 카드사의 카드론 잔액은 42조 5천5억 원으로 전월보다 증가했다.

특히 대출을 갚기 위해 또 다른 대출을 받는 ‘대환대출’ 잔액 역시 1조 4천억 원을 넘어섰다.

카드사 관계자는 “금리 인하로 부담이 다소 줄었지만, 경기 악화로 인한 저신용 차주 유입 가능성이 커 앞으로 평균 금리가 다시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앱 설치하라고 하면 의심하라”

정부
사진 = 연합뉴스

금감원은 인터넷 광고를 통한 대출 신청 시 업체 등록 여부를 반드시 확인하라고 조언했으며, 어떤 금융기관도 대출을 이유로 앱 설치나 선입금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재차 강조했다.

텔레그램이나 카카오톡 등 메신저로 접근하는 경우, 신원 확인이 되지 않는다면 즉시 대화를 중단하라고 당부했다.

만약 금전을 이체한 경우, 즉시 경찰이나 금융회사 콜센터로 연락해 지급 정지를 요청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 금감원 관계자는 “불법 금융 사이트에 대한 광고 차단을 포함해 유관 기관과 협력해 대응책을 강화하겠다”고 전했다.

서민층을 위한 정책 대출이 오히려 사기꾼들의 미끼가 되는 역설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와 금융당국의 빠른 대응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시민들의 경각심이 절실한 때다.

Copyright ⓒ 리포테라.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