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 서던 손님 뚝 끊기자
‘이곳’으로 눈 돌린 기업들

한때 백화점 문이 열리기 전부터 긴 줄이 늘어서던 ‘오픈런’이 자취를 감췄다.
“매장 앞이 이렇게 한산한 건 처음 본다”는 매장 직원들의 한숨은 국내 명품 시장의 변화를 실감하게 한다.
소비자들은 더 이상 비싼 돈을 주고 줄을 서기보다 온라인에서 더 편리하고 합리적인 쇼핑을 선택하고 있다.
특히 MZ세대의 실용적인 소비 트렌드와 고물가·고금리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이 맞물리며, 백화점 해외 유명 브랜드 매출 증가율은 2024년 8월 26.4%에서 10월 8.1%로 급락했다.
변화의 흐름을 감지한 유통업계는 명품 시장의 판도가 달라지고 있음을 직감했다. 오프라인에서의 구매가 줄어들자 기업들은 기존의 금기를 깨고 온라인 시장으로 발을 넓히며 생존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이곳’으로 모여든 명품 매장

이커머스 업계는 빠르게 움직였다. 지난해 12월, 신선식품 배달로 유명한 컬리가 셀린느, 루이비통 등 30여 개 명품 브랜드 상품을 판매하면서 명품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쿠팡, 네이버, 롯데온, SSG닷컴, 11번가 등 주요 이커머스 플랫폼들도 앞다퉈 명품 카테고리를 확장하고 있다.
롯데온은 2022년 9월 명품 전문관 ‘온앤더럭셔리’를 출범시킨 이후 연평균 20%대의 매출 성장을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12월에는 전년 대비 30% 매출 증가를 달성하며 이커머스 명품 시장의 가능성을 증명했다.
라이브커머스 업계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현대홈쇼핑의 모바일 라이브커머스 채널 ‘쇼라’는 해외 직구 라이브커머스를 선보이며 차별화를 꾀했다.
진행자가 이탈리아 등 해외 명품 매장에 직접 방문해 실시간으로 상품을 소개하고, 고객은 현지 판매가로 즉시 구매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는 해외여행 없이도 현지 쇼핑의 경험을 제공하며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카카오 역시 ‘선물하기’ 플랫폼을 통해 명품 거래를 늘리고 있다. 카카오톡을 통해 간편하게 명품을 주고받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단순한 화장품뿐만 아니라 수백만 원대의 가방과 액세서리까지 선물하는 사례가 증가했다.
카카오는 올해 안에 명품 브랜드 입점 수를 220곳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명품 시장이 점차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통적인 오프라인 중심의 유통 방식이 한계를 드러내면서, 차별화된 서비스와 검증된 유통 체계를 갖춘 이커머스 플랫폼이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고 있다.
특히 MZ세대의 실용적이고 감각적인 소비 성향이 이커머스를 통한 명품 구매를 더욱 활성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기존 명품 시장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새로운 소비자층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이제는 차별화된 상품 구성과 신뢰할 수 있는 유통 구조가 성공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하며 명품 시장의 새로운 시대를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