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불황 속에서 “1조 매출 이뤘다”… 韓 고등학생이 보여준 ‘기적’

패션 한파에도 1조 매출 기록
글로벌 K브랜드 향한 질주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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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이런 불황에도 1조라니, 진짜 기적이네.”

패션업계가 전례 없는 침체기를 겪는 가운데, 한 온라인 플랫폼이 홀로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며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그 시작은 놀랍게도 고등학교 3학년이던 소년이 좋아하는 운동화 사진을 모으기 위해 만든 단순한 커뮤니티였다.

이후 20년이 지난 지금, 그 커뮤니티는 연 매출 1조 원을 돌파한 기업 ‘무신사’로 성장했다.

최악의 소비 한파 속에서도 매출과 순이익 모두 큰 폭으로 반등한 무신사의 행보는 단순한 ‘성공’ 그 이상이다.

한때 ‘운동화 좋아하던 고등학생’이 만들어낸 플랫폼이, 이제는 K패션을 대표하는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하고 있다.

고등학생의 취미가 만든 기업, 무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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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무신사

무신사의 시초는 2001년, 당시 고등학교 3학년이던 조만호 대표가 만든 온라인 커뮤니티 ‘무진장 신발 사진 많은 곳’이었다.

운동화를 좋아하던 이들이 자연스럽게 모이면서 커뮤니티는 빠르게 성장했고, 2005년 자체 웹진과 패션 콘텐츠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2009년에는 커머스 기능을 더한 ‘무신사 스토어’를 정식 오픈하면서 사업의 방향은 본격적으로 궤도에 올랐다.

커버낫, 디스이즈네버댓 등 소규모 브랜드를 발굴해 입점시키는 전략은 MZ세대의 큰 호응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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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10대와 20대의 높은 충성도를 바탕으로 브랜드 충성도를 키웠고, 시간이 흐르며 이들이 주요 소비 계층으로 성장하자 자연스럽게 무신사의 구매력도 커졌다.

작년 말 기준 무신사의 회원 수는 약 1500만 명으로, 이 가운데 30대 이하가 78%에 달한다.

이러한 성장 결과, 무신사는 지난 3월 31일 공시를 통해 2023년 연결 기준 매출 1조2427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대비 25% 이상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도 1028억 원, 순이익은 698억 원을 기록하며, 2022년의 영업손실 86억 원에서 완전히 반등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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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료 기반 수익 모델을 넘어 상품 판매와 브랜드 다각화가 주효했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특히 여성 패션 중심의 ‘29CM’와 한정판 거래 플랫폼 ‘솔드아웃’의 인수가 고객층을 확장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무신사 측은 “스포츠, 뷰티, 홈 카테고리까지 사업을 넓히며 수익 구조를 다변화한 것이 결정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아직 끝이 아니다… “글로벌 무신사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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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무신사

무신사의 성장세는 국내에만 그치지 않는다. 2022년부터 미국, 일본, 싱가포르를 겨냥한 ‘무신사 글로벌 스토어’를 운영하며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섰다.

국내 1500여 개 브랜드가 이 플랫폼을 통해 해외 고객과 만나고 있으며, 특히 일본 시장을 중심으로 마케팅, 물류, 유통 등에서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작년 무신사의 외국인 면세 매출은 200억 원을 넘었다.

오프라인 매장 확장도 눈에 띈다. 무신사의 자체 브랜드(PB) ‘무신사 스탠다드’는 전국 주요 백화점에 입점했고, 오프라인 매장만 23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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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무신사

2023년 기준 연간 방문객 수는 1200만 명으로, 전년 대비 세 배 이상 늘었다.

CJ올리브영, 다이소와 함께 ‘올다무’로 불리는 무신사는 한국을 찾는 외국 관광객의 필수 쇼핑 코스로도 자리매김했다.

최근 무신사는 특허청과 함께 성수동 본사에서 지식재산권 보호 관련 간담회를 열었다.

자사에 입점한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해외 시장에서 상표권과 저작권 분쟁 없이 안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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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무신사

또한, 일부 입점 브랜드에서 불거졌던 소재 혼용률 허위 기재 논란에 대해서도 발 빠르게 대응했다. 관련 제품 7900여 개를 전수 검사했고, 정부와 함께 제도적 대응 방안을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회사는 지난달 주주총회를 통해 외부 사외이사를 선임하고, 감사위원회, 보상위원회 등 글로벌 기업에 걸맞은 이사회 체계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무신사의 기업공개(IPO)를 위한 준비로 해석하고 있다.

무신사는 “내실을 갖춘 글로벌 스탠더드 기업으로 나아가겠다”며, 단순한 플랫폼을 넘어 패션 생태계를 지탱하는 인프라로서의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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