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직접 약속한 ‘2조’ 프로젝트였는데” … 삼성의 기습 발걸음에 ‘이 지역’이 분노 폭발한 이유

국가 AI컴퓨팅센터 유치, 전남 선택의 이유는
전남 솔라시도 전력·입지 조건 주목
광주는 “대통령 공약 무산” 반발

삼성SDS가 주도하는 컨소시엄이 국가 AI컴퓨팅센터의 사업 부지로 전남을 명기하며 신청서를 제출했다. 세 번째 공모에서 단독으로 참여한 이들의 결정이 알려지자, 지역사회는 술렁였다.

광주를 누르고 전남을 선택한 배경엔 무엇이 있을까. 정부의 첨단 AI 인프라 구축 계획과 기업의 전략적 판단, 지역 간 미묘한 신경전이 얽혀 있다.

해남 솔라시도, 전력 확장성과 비용 경쟁력 ‘강점’

21일 전남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진행한 국가 AI컴퓨팅센터 구축 사업 공모 결과, 삼성SDS를 비롯해 네이버클라우드·카카오·KT 등이 참여한 컨소시엄이 전남을 후보지로 제출했다.

삼성SDS 측은 해남 솔라시도 부지의 재생에너지 공급 능력과 인근 변전소 확장 가능성을 검토하며 현장을 직접 방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남도는 최대 80㎿ 이상으로 전력 확장이 가능한 점, 풍부한 용수와 저렴한 부지 제공 등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특히 전남도가 추진 중인 ‘재생에너지 자립 도시 조성 특별법’이 시행되면 전기료 절감 효과가 예상돼 장기 운영비 절감 측면에서도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해남 솔라시도에선 98㎿ 규모의 재생에너지가 상용화돼 있으며, 향후 5.4GW까지 공급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전남도 관계자는 “삼성SDS가 전남을 명시해 공모에 나선 것이 확인됐다”며 “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2조 원 투입 초대형 AI 인프라, ‘비수도권 중심’ 구축 목표

국가 AI컴퓨팅센터는 정부가 2028년까지 GPU 1만5000장을 확보해 인공지능 학습과 서비스 개발을 지원하는 대규모 국가사업이다. 총 사업비는 2조 원 이상으로, 정부와 민간이 함께 출자하는 구조다.

이번 사업의 목표는 비수도권에 1엑사플롭스(EF)급 AI 데이터센터를 세워 첨단 AI 연구와 산업 생태계를 촉진하는 것으로, 이는 현재 국내 최대 규모인 광주 국가 AI데이터센터(88.5페타플롭스)보다 9배 이상 빠른 연산 능력을 갖게 된다.

과기정통부는 기술·정책 평가와 금융심사를 거쳐 내년 상반기까지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할 계획이다. 이 센터는 국내 기업과 연구기관, 대학의 공동 연구 허브로 활용될 예정이며, 국산 AI 반도체 실증 환경 조성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광주 “공약 무산”…지역 간 불만 고조

하지만 광주 지역은 이번 결정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국가AI컴퓨팅센터 광주 유치’가 명시돼 있었기 때문이다.

박병규 광주 광산구청장은 22일 사회관계망을 통해 “삼성SDS가 전남으로 방향을 튼 소식에 깊은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AI 중심도시로 인프라를 갖춘 광주가 정부로부터도 인정받았는데, 왜 뒤로 물러나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어 “민간 기업의 선택이 단순한 비용 논리에 따른 것이라면 공공정책의 신뢰성을 흔드는 일”이라며 “삼성SDS는 광주와의 협의 경과와 후보지 변경 사유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삼성SDS의 전남 선택은 국가 AI산업의 방향뿐 아니라 지역 균형발전 정책에도 작지 않은 파장을 남기고 있다. 정부의 최종 평가와 사업자 선정 결과가 향후 어떤 균형점을 만들어낼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