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좋다고 난리인데 “손님들 안 왔으면 좋겠어요”… 역대급 호황에 드러난 ‘대통령표’ 부작용

관광객 몰려도 예산은 줄었다
기금 고갈에 사업 차질 우려
출국세 인하, 되레 산업에 부담

역대 최대 규모의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을 찾고 있지만, 관광산업의 핵심 재원인 관광진흥기금은 빠르게 줄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총선 직전에 단행한 출국세 인하 조치가 기금 수입 감소로 이어졌고, 이로 인해 주요 관광 정책과 사업이 차질을 빚고 있다.

기금은 줄고, 사업은 멈췄다

지난해 3월, 윤석열 정부는 비상경제민생회의를 통해 ‘부담금 대폭 폐지 방안’을 발표하며 출국세를 기존 1만 원에서 7천 원으로 인하했다.

항공권에 포함돼 자동 부과되는 출국세가 소비자에게 실질적인 부담은 아니지만, 심리적 체감 효과를 통해 해외여행 수요를 늘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면세 대상도 기존 2세 이하에서 12세 이하로 확대됐다.

정부의 의도와 달리 부작용이 컸다. 관광기금의 약 40%를 차지하던 출국세 수입이 줄면서, 2025년 들어 기금 운영에 차질이 발생했다.

조계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출국세 인하로 연간 약 1350억 원의 수입이 감소했다. 문체부는 2030년까지 적자 규모가 1조 1396억 원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업계 “기초 사업부터 흔들린다”

예산 부족은 사업 축소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예산은 약 10% 줄었고, 관광산업 활성화 사업은 13%, 국내관광 활성화 사업은 9% 감축됐다. 관광 인프라 확충 사업은 80% 가까이 삭감됐다.

김병삼 한국관광협회중앙회 사무처장은 “출국세로 조성된 기금은 국내 여행 지원, 관광업체 융자 등 다양한 분야에 쓰인다”며 “지금처럼 기금이 줄면 외국인 관광객 유치 활동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출국세 1만 원은 고가 해외여행 수요를 고려하면 소비자 부담으로 보기 어렵다”며 “오히려 공공 목적에 맞게 활용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출국세 인상 필요성 다시 논의

문체부는 출국세를 1만 원으로 환원하면 연 1350억 원, 1만 5천 원으로 인상하면 3350억 원, 2만 원까지 올리면 5300억 원의 추가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재원은 관광업체 융자, 근로자 휴가 지원, 숙박시설 개선 등 관광산업 기반 강화에 다시 투입될 수 있다.

OECD 평균은 약 2만 9000원으로, 주요국과 비교해도 한국의 출국세는 낮은 수준이다.

일본은 약 9400원이지만 2025년까지 3만 원으로 인상을 추진 중이고, 태국은 2만 8000원, 베트남은 1만 9000원, 홍콩과 대만은 약 2만 원 수준이다.

조계원 의원은 “해외에서는 우리 국민이 평균 3만 원 가까운 출국세를 내고 있지만, 우리는 외국인에게 오히려 깎아주고 있다”며 “3000만 관광객 시대를 대비하려면 기금 안정이 전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