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사업까지 내다 파는 기업들
중국·중동발 쓰나미에 ‘산업 생존’ 기로

벼랑 끝에 서 있는 석유화학업계는 부족한 수입을 메우기 위해 결국 미래 성장사업까지 내놓고 있다.
수년간 공들여 키워온 사업들이 하나둘 매물로 나오고 있으며, 그 배경에는 유동성 위기가 자리하고 있다. 당장 필요한 현금을 마련하기 위한 선택이다.
국내 석유화학 산업이 ‘공급 과잉’이라는 벼랑 끝에 몰리고 있다. 세계 에틸렌 연산 능력은 2억 3700만 톤으로 치솟은 반면 수요는 1억 9100만 톤에 불과해, 무려 4600만 톤이 남아도는 셈이다.
시장을 뒤흔드는 중국과 중동발 저가 공세 속에서, 한국 석유화학 기업들은 오로지 생존만 바라보고 있다.
중국·중동이 만든 ‘끝없는 불황’

국내 석유화학 산업이 구조적 위기에 빠졌다. 세계 에틸렌 생산 능력은 2억 3700만 톤까지 증가했지만, 수요는 1억 9100만 톤에 그쳐 공급 초과 물량만 4600만 톤에 달한다.
특히 중국과 중동에서 쏟아지는 저가 물량이 시장을 압박하고 있다. 이들 국가의 공세 속에 국내 업체들은 생산을 계속해도 이익이 나지 않는 상황이다.
중국의 에틸렌 생산 능력은 2020년 3218만 톤에서 올해 6007만 톤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고, 2027년엔 7225만 톤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 물량이 해외 시장으로 유입되면서 가격은 급락했다. 현재 에틸렌 스프레드는 166달러 수준으로, 통상 손익분기점인 300달러에 크게 못 미친다.
중동 국가들도 COTC(원유→화학제품 직전환) 방식으로 에틸렌 생산 비용을 크게 낮췄다. 중국 제품보다도 30%가량 저렴한 수준이다. 국내 기업 입장에선 가격 경쟁 자체가 불가능한 수준이다.
알짜 사업까지 매각…“버티면 더 손해”

생존이 급한 나머지, 기업들은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워온 핵심 사업까지 팔아치우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2019년 완공한 대구 수처리 분리막 공장을 시노펙스멤브레인에 넘겼다. 당시 ‘글로벌 수처리 시장 진출’을 내걸었던 야심작이지만, 결국 유동성 확보를 위한 희생양이 됐다.
LG화학은 글로벌 시장 점유율 2위권에 속한 미국 RO멤브레인 사업을 최근 사모펀드에 1조 4000억 원에 매각했다.
매출 2000억 원, 상각 전 영업이익 650억 원 규모의 이 사업은 LG화학이 집중 육성해온 미래 분야 중 하나였다.
SK이노베이션도 고강도 구조조정에 돌입했으며, 도시가스 자회사 핵심 부동산까지 매각을 추진하는 등 사업 재편을 ‘선택이 아닌 생존’이라고 선언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예전엔 신사업이 회사의 비전이었지만 지금은 그저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일 뿐”이라며, 실제로는 이익 여부보다 얼마나 빨리 현금을 만들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구조조정 논의 ‘지지부진’…정부 개입 촉구

각 기업이 분주히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정작 산업 전반의 구조조정은 좀처럼 진전되지 않고 있다.
여수·대산·울산 등지에 산재한 나프타분해시설(NCC) 통폐합 논의는 수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이해관계가 얽히고 지역경제 파급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롯데케미칼과 HD현대가 대산 NCC 설비 통합을 논의 중이라는 소식은 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합작사 HD현대케미칼을 통해 연간 85만 톤 규모의 설비를 공동 운영 중인데, 롯데케미칼이 보유 중인 별도 NCC 설비까지 통합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양사는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며 선을 그었다.

정부도 뒤늦게 산업 재편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작년 12월, 산업부는 석유화학 사업 재편 지원책을 발표했지만 탄핵 정국 여파로 후속 대책은 연기 중이다.
기업의 자발적 사업 재편을 유도하기 위해 사업 매각, 합작법인 설립, 설비 폐쇄 등에 대한 금융·세제 지원이 담길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 여수산단 등 전남 동부권을 ‘친환경 스페셜티 화학산업’ 중심지로 전환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어, 업계는 이 같은 정부의 의지가 실제 정책과 예산으로 이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특화 제품’으로 승부수 던질 수 있을까

업계 일각에선 단순 구조조정만으로는 돌파구가 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에틸렌 등 범용 제품 대신 고부가가치 ‘스페셜티’ 제품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전환에 막대한 연구개발과 설비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는 점이다. 자금 사정이 빠듯한 개별 기업 혼자선 쉽지 않다. 정부의 제도적, 재정적 뒷받침이 절실하다.
석유화학업계는 지금, 단순한 업황 저하가 아닌 산업 구조 전반을 흔드는 위기를 맞고 있다. 구조조정만으론 부족하다. 산업 체질 자체를 바꿔야 할 때다.
야!
민주당이 다수의 의원수로 방해한결과다..
주가 잘도 오르겠다. 기업들 파산이 줄을 잇겠구나. IMF